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유 옥수수 설탕 등 17개 원자재의 선물가격을 지수화한 CRB지수는 8일 312.65를 기록,지난 1981년 1월 이후 24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4995달러에서 장을 마감,지난 1989년 3월 이후 16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 2년간 두 배나 뛰었다. JP모건의 존 버그데일 애널리스트는 "구리 재고량은 지난 2003년초 6주 수요분에 달했지만 지금은 3주분에 불과하다"며 "구리 가격은 올 상반기 내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알루미늄 현물도 t당 2천2달러까지 올라 95년 2월 이후 10년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아연 현물 가격은 지난 97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t당 1천4백14달러,니켈도 전날 대비 3백75달러나 오르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인 t당 1만6천5백65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공급가격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뛰어 '철강 원자재 대란'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업체인 CVRD(브라질) BHP(호주) 등은 최근 철광석 가격을 전년보다 70% 이상 인상,철강업체들이 상당한 비용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세계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달러화 약세를 예상한 헤지펀드 등 국제투기자금들이 보유 중인 달러 자산을 팔고 원자재를 사들이는 것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소시에떼제네랄의 스티븐 브릭스 이코노미스트는 "모두가 원자재를 원한다"며 "미국 연기금 등 장기투자 펀드들도 수익률이 좋은 원자재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의 카일 쿠퍼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 수익을 압박하거나 소비위축을 불러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로선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릴 유일한 방법은 수요를 감소시킬 세계 경제 불황뿐"이라고 우려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