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스트링거(63)가 제2의 카를로스 곤이 될 수 있나' '일본의 자존심' 소니가 사상 최초로 외국인 CEO를 자발적으로 영입함에 따라 재도약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소니 주주들은 경영위기를 겪었던 닛산이 프랑스인 카를로스 곤을 CEO로 영입한 후 회생했던 것처럼 이번 경영진 교체를 계기로 소니가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임 스트링거 회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져있어 소니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무너지는 소니 왕국=워크맨 신화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가전업체로 도약했던 소니는 1990년대 이후 뚜렷한 히트상품을 내지 못하며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14명의 선임자를 제치고 지난 95년 사령탑에 오른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은 초기 바이오 노트북과 베가TV 등 신제품의 성공을 바탕으로 3천억엔대 적자회사를 98년 2천억엔대 흑자기업으로 돌려놓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후 이데이 회장은 게임,영화,음반 등에 집중하면서 하드웨어와 콘텐츠 모두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으나 이 전략이 소니의 발목을 잡았다. 하드웨어 개발을 소홀히함에 따라 한수 아래였던 경쟁업체들이 소니를 잇따라 추월한 것.디지털TV는 샤프가 앞서 나갔고 디지털카메라는 캐논이 우위를 보였다. 특히 소니가 강점을 갖고 있던 음향기기 분야에서도 애플의 '아이포드'에 선두자리를 뺏긴 지 오래다. 일본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액정화면(LCD) 투자 시기를 놓쳐버린 소니는 결국 경쟁사인 삼성으로부터 LCD를 공급받고 있다. 무엇보다 79년 출시된 '워크맨'처럼 소니 하면 바로 떠오르는 혁신적 상품도 전무했다. '본업'보다 '부업'에 치중한 결과 실적은 악화됐다. 일본에선 경쟁사인 마쓰시타에 선두를 내줬으며,해외시장에선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다. 오는 3월 끝나는 2004회계연도 매출은 7조1천5백억엔으로 전년보다 5%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세후 이익은 1천억엔에 불과하다. 6년 연속 순이익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캐논이나 2년 연속 순익 1조엔을 넘은 도요타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구조조정으로 재도약 모색=신임 스트링거 회장은 영국 출신으로 1997년 소니아메리카 사장으로 영입되기 전까지 30년 이상 CBS에서 일했던 정통 언론인 출신이다. 그는 CBS에서 기자 프로듀서 등을 거쳤으며,1988년부터 1995년까지 사장을 맡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미국 3대 방송사 가운데 실적이 가장 부진했던 CBS를 1년 만에 선두로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소니에 영입된 후 주로 영화 및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사업의 경영을 총괄해 왔으며 작년 미국 영화사 MGM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하드웨어 경험이 없는 스트링거 회장은 구조조정과 신규 사업 진출을 맡고,기술자 출신인 주바치 사장이 하드웨어 사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력 감축과 사업부 정비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스트링거 회장은 "고객들에게 가장 앞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양대 축인 엔터테인먼트·콘텐츠와 엔지니어링·기술을 조화롭게 결합하자"고 말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김남국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