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통과시킨 지난 2일 밤 국회 본회의장은 1년여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그날을 연상케 했다. 여야 의원간 격렬한 몸싸움과 함께 고성과 욕설,서류뭉치와 명패 투척,막판에 등장한 애국가까지 판박이였다. 본회의장을 나와서도 '험악한 말'로 상대방을 비난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탄핵 때 수비수와 공격수의 입장이 바뀐 정도다. '4류정치'라는 비판에 길든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새정치를 기치로 출범한 17대 국회의 행태는 청산대상으로 삼았던 과거 국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법안 처리과정에서 빚어진 '난장판'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17대 국회 출범 후 파행을 밥먹듯이 해온 터다. 언어폭력은 과거보다 심하면 심했지 못하지 않다. 걸핏하면 수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여당과 실력저지를 일상으로 생각하는 야당 앞에 '과거의 교훈'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17대 국회가 강조한 효율성 제고가 하루에 안건을 1백10개나 벼락치기로 처리하는 것이었다면 할 말은 없다. 3분 간격으로 1개씩 안건이 처리되는 동안 심도있는 심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두시간 늦게 회의를 시작해 수박겉핥기식으로 법안을 처리해 놓고 헌정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아무래도 '양심불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나마 여야 지도부가 기회있을 때마다 17대 국회의 자랑거리로 내세웠던 돈정치로부터의 '해방'과 도덕성 제고도 요즘 돈과 관련된 각종 비리의혹으로 검찰 문턱을 줄줄이 넘나드는 의원들 앞에서 무색해지고 있다. 벌써 3명이 의원직을 상실했고 검찰 소환을 앞둔 의원도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그 어디에도 선거 때 한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진 흔적은 없다. 이러고도 "17대 국회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말이 아니라 진정 행동으로 보일 차례다. "망각,그대 이름은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