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전에 꼭 우승컵을 품에 안은 뒤 여성 최초의 배구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맏언니' 최광희(31.KT&G)가 올 시즌 팀 우승으로 '무관의 한'을 푼 뒤 '금녀의벽'을 허물고 한국 최초의 여성 배구 감독이 되고 싶다는 가슴 깊이 꼭꼭 감춰놨던희망을 털어놨다. 최광희는 2일 구미 박정희 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2005 KT&G V-리그'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2점 백어택 1개를 포함해 고비 때마다 호쾌한 스파이크와 노련한 연타를 적절히 터트리며 팀에서 2번째로 많은 15득점을 올려 팀의 3-0 완승에 앞장선 후 이같은 목표를 밝혔다. 코트에서 땀방울을 흘린 지 어언 13년이지만 '맏언니' 최광희(31.KT&G)는 아직우승 경험이 없다. 실업 생활을 처음 시작한 한일합섬 시절엔 지금은 구민정(현대건설), 박미경(도로공사) 등 쟁쟁한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장윤희 등이 버틴 막강 LG정유에게 번번이 우승컵을 넘겨줬다. 또 IMF 사태로 한일합섬이 해체되며 우여곡절 끝에 유니폼을 입은 담배인삼공사(KT&G의 전신)도 계속 하위권을 맴돌며 아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것. 하지만 올시즌엔 KT&G가 최광희를 중심으로 새롭게 세터 바통을 넘겨받은 이효희가 안정감을 찾은데다 박경낭과 임효숙, 지정희 등의 주전 멤버의 조직력이 극대화돼 절호의 우승 기회를 맞이했다. 한해 한해 충실하자는 각오로 배구를 하다보니 어언 실업 13년차가 됐다는 최광희는 "나이는 많지만 평소에 체력 관리를 열심히 했고, 회사에서 나오는 홍삼 제품을 챙겨먹다보니 아직 크게 힘이 든 줄 모르겠다"면서 "후배들을 잘 다독여 올해야말로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광희의 우승 이후 목표는 학업에 정진해 최종적으로는 여성 최초의 여자 배구감독이 되는 것. 최광희는 지난 98년 초 한일합섬 해체로 본의 아니게 백수가 됐을 때 수능을 쳐늦깎이 대학생(경희대)이 된 후 공부의 매력에 빠져 현재 동대학원 교육대학원 체육학과에서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재원이다. 최광희는 "현재 KT&G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형실 감독님을 비롯해 다양한 팀을거치며 여러 감독들에게 지도 방법에 대해 많이 배웠고, 대학원에서 심리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며 자연스레 감독의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광희는 이웃나라 중국만 하더라도 랑핑(郞平)이라는 스타가 여자 대표팀 사령탑까지 지내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시켜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목표는 감독으로잡고 있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랑핑은 80년대 활약하며 중국 여자배구를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은퇴 후 1996년부터 4년간 중국 여자팀 사령탑을 맡았고, 최근엔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된 바 있다. 한편 최광희는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공수에서 펄펄날며 현재 V-리그 여자부 득점 2위(56점), 디그 5위(세트당 0.82개), 리시브 2위(세트당 66.67개)에 올라있다. (구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