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 개최건수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2003년에 아시아에서 2위,세계 18위다. 선진국에 맞먹을 정도로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있지만 조세 및 관련제도는 후진국수준이란 지적이다. 지자체가 국제회의 유치해 수익을 올리면 대부분 국세로 징수돼 지자체 세수 증대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자체들은 불만이다. 관련제도를 문화관광부와 산업자원부에서 각각 관할하면서 국제회의를 유치하려는 일부 기업들은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조세 및 관련제도가 컨벤션 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지난달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컨벤션산업발전 세미나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자체에 도움 안되는 조세제도=서울 부산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도적으로 컨벤션 산업 육성에 나서 지난 2003년에만 2백95건의 국제회의가 국내에서 열렸다. 특히 지자체들은 국제회의 한 건을 개최할 경우 관광산업 등 지역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컨벤션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지방의 컨벤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조세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현재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는 국세로,종합토지세와 재산세는 지방세로 구분하고 있는 조세구조에서는 지방이 수백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하더라도 지방재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서울시가 1천명의 외국인이 참가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한다고 가정했을 때 회의 참가자들이 숙박·관광 등에 쓰는 비용에 붙는 세금(부가가치세)은 전액 국세로 징수된다. '고객'을 유치한 지방정부는 단 한푼의 이익도 얻지 못하는 셈이다. 장석명 서울시 산업지원과장은 "종합토지세와 재산세 징수권한만 지방정부에 주어진 상황에서는 컨벤션 산업을 유치하더라도 지방 세수 증대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면서 "국세인 부가가치세 중 일부를 지방정부에 되돌려주는 등 지방이 적극적으로 컨벤션 산업을 유치하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조세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면서 "강남구는 앞으로 컨벤션 관련기업들에 종합토지세를 대폭 경감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각각인 컨벤션 관련 법령=컨벤션 산업과 관련된 법률은 문화관광부의 '관광진흥법','관광진흥개발기금법','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과 산업자원부의 '대외무역법','무역거래기반조성에 관한 법률' 등이다. 그러나 법률마다 컨벤션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이거나 지원방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관광진흥법'이 꼽힌다. 현행 관광진흥법은 '컨벤션'의 개념을 '국제회의'만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전시회 지원 여부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즉 A기업에서 2천명가량이 참가하는 무역관련 전시회를 개최하더라도 컨벤션 산업으로 지원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맹점이 있다. 국제회의에 필요한 시설·자금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들도 마찬가지다. '국제행사의 유치·개최에 관한 규정'은 국고지원의 대상이 되는 국제회의를 10억원 이상의 국고지원을 요청한 대규모 국제회의로 국한하고 있다. '국제회의산업 육성법'도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제회의를 '5개국 이상,회의 참가자 3백명 이상(외국인 1백명 이상),3일 이상 진행될 경우'로 제한해 소규모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기업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각 지자체 등 관련 기관들이 협력해 현행 제도 및 법률을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