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후진타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오는 5일 개막하는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3차 회의를 통해 완전히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장쩌민 전 주석으로부터 당 군사위에 이어 국가 군사위의 주석직까지 물려받게 되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후의 중국'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관영 매체가 그를 부르는 호칭에서,중국 지도부 인사 스타일과 통치 이념의 변화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지도부의 '핵심'이 된 후진타오=10기 전인대 3차회의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5일 국영 CCTV는 후를 '새 영도(領導) 집단의 핵심'이라고 표현했다. 후가 2002년 총서기에 등극한 이후 줄곧 '후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으로 호칭한 것보다 격상된 표현으로 '완전 권력장악'을 알리는 신호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장쩌민 재임시절 그를 '핵심'으로 표현했었다. ◆'조화로운 사회건설'이 중국을 이끌 통치철학=중국 당정 고위간부들은 매년 춘절(설)과 전인대 사이에 집단연수를 받는다. 연수 주제로 2004년에는 '과학적 발전관'이,올해에는 '조화로운 사회건설'이 채택됐다. 전문가들은 "장쩌민이 자본가를 포용하는 3개 대표 이론과 '발전'을 강조하는 구시 동진(具時同進)을 내세운 반면 후는 과학적 발전관과 이민위본(以民爲本,인본주의)을 토대로 '조화로운 사회건설'이라는 새 통치철학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영언론은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로운 사회건설 시리즈를 싣는 등 후의 통치철학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조화로운 사회건설'은 도농 격차 등 사회 불안요인 해소가 중국 정책의 기조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거시조정은 효율을 중시하는 과학적 발전관과 공동 부유를 지향하는 조화로운 사회건설이라는 통치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때문에 거시조정은 일시적인 조치가 아닌 후의 지속적인 경제운용 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영 언론들은 새 통치철학이 '중국 발전 전략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인문계 출신 약진=후의 인사스타일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출신과 인문계 중용,그리고 세대교체 등 3대 특징을 갖는다. 지난해 말 허난성 당서기에서 랴오닝성 당서기로 자리를 옮긴 리커창이 지난달 27일 랴오닝성 의회 수장까지 맡은 게 후의 인사색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랴오닝성은 현 지도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동북3성 진흥사업의 핵심 지역으로 리는 공청단 중앙1서기를 지냈고,경제를 전공했으며,49세로 젊다. 작년 10월 이후 단행된 6개의 성 및 부처급 최고 지도자 승진인사 가운데 2명이 인문계 전공이었다. 지난 1월 22년만에 첫 여성 성장에 선임된 49세의 쑹슈옌 칭하이 성장은 공청단 출신에다 경제관리를 전공했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 모두 이공계 출신이지만 지방의 부성장급의 학력을 들여다보면 인문계 출신은 물론 해외파 MBA 출신까지 자주 눈에 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맹목적인 '성장'에 매달린 과거 지도부는 공산당원과 이공계출신을 주로 기용했으나 이제는 경제 등 대학의 인문계에도 인재가 몰리는 데다 법치주의와 사회안정을 강조하면서 인문계 인재 수요가 커졌다"고 인사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인문계 중용이 통치 전략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후는 군부 인사를 단행하면서도 세대교체와 함께 해군과 공군 인사를 중용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