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태 <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ktahn@samil.co.kr > 집단소송제 시행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의 투명한 회계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과거 분식의 사면'이란 민감한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회계분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분식회계'란 용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다. '분식회계'에서 '분식(粉飾)'이란 용어는 한자의 생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이 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하는 것처럼,재무제표라는 회계정보를 사실보다 더 좋아 보이도록 고친다는 뜻에서 유래된 것으로 회계감사나 회계학에서 정식으로 사용되는 학술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관습적으로 사용되다 보니 단어가 갖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서 사람마다 자신의 입장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분식회계'라 통칭해 보도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고의적으로 행해지는 '회계부정'이다. 이는 회계자료,증빙서류 등을 조작하거나 변조해 사실과 다른 자료를 작성하고 이를 기초로 회계결산을 왜곡하는 행위다. 둘째는 '회계오류'다. 이는 회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행해지는 회계기준의 적용,판단자료의 해석,금액의 계산 등에 오류로 생기는 결과다. 회계오류는 고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회계부정과 차이가 있으며 오류의 정도에 따라 중과실과 과실로 구분할 수 있다. 셋째는 '회계판단차이'다. 이는 회계기준을 실제 경제행위나 거래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서로 다른 경우를 일컫는데,쉽게 말해 유권해석기관이나 감독기관,기업,회계법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견해 차이다. 이와 같이 그 원인과 과정이 엄연히 틀린 사안을 지금처럼 '분식회계'란 한 단어로 부르다보면 단순한 회계오류나 회계판단 차이를 고의적인 회계부정과 혼동해서 판단하게 되고 이들을 같은 잣대로 책임을 묻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집단소송법 시행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은 만큼 이들 용어를 명확히 구분해 사용하거나,적어도 '분식회계'란 용어를 회계부정의 경우로 제한해 사용하는 것을 법령에서 재정의 한다면 보다 합리적인 법집행과 효과적인 회계 투명성 확보는 물론,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책의 혼선도 방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 한경에세이 필진이 3월1일부터 바뀝니다. 3∼4월 글을 써 주실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헌철 SK 사장=△60세 △부산대 경영학과,연세대 경영대학원 △72년 SK입사 △91년 SK 가스영업 이사 △98년 SK텔링크 대표 △99년 초대 통신재판매사업자연합회 회장 △02년 SK가스 대표 △現 SK경영협의회 공동의장,서울YMCA환경위원장,전국YMCA연맹 이사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53세 △서울대 상대,서울대 경영대학원,홍익대 경영학 박사 △2000년 기금정책심의회 위원 △02년 정부투자기관 운영위원회 위원,서울시 지하철공사 비상임이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감사 △04년 이화여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現 고려대 경영대 겸임교수 ◆김종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57세 △서울대 상대,美 워싱턴대 경제학 석사 △70년 행정고시 합격 △92년 재무부 총무과장 △96년 재정경제원 국민생활국장 △2000년 금융감독원 부원장 △01년 중소기업은행장 △03년 다산금융상△現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58세 △한양대 기계공학과,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72년 삼성그룹 입사 △92년 삼성그룹 비서실 경영팀장 △97년 삼성석유화학 대표 △2000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01년 삼성종합화학 사장 △現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부회장 ◆김칠두 산업단지공단 이사장=△55세 △연세대 행정학과,美 보스턴대 경영학 석사 △73년 행정고시 합격 △88년 산업자원부 지방공업과장 △90년 산자부 주 오스트레일리아대사관 상무관 △96년 산자부 공보관 △2000년 산자부 생활산업국장 △01년 산자부 무역투자실장 △03년 산자부 차관 ◆하창조 ENI 대표=△47세 △홍익대 경제학과 △85년 일광 입사 △95년 모드모아 중국 합작법인 설립 △2000년 인테리어 소품 무역 전문 ENI 설립·대표이사 취임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