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육경쟁력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평가 속에 좀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유학생 수는 18만명 선에 이른다. 이들의 유학 비용은 7조3천억원(지난해 1~11월).국내 제조업체 등이 애써 번 외화가 유학으로 고스란히 새 나가고 있다. 한국의 교육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교육기관들이 소비자인 학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교육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기업처럼 경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신문은 '교육-산업으로 거듭나야' 시리즈 2부를 통해 기업 마인드로 무장,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한국의 학교들을 소개한다. 이들 학교는 한국의 교육기관도 마인드만 바꾸면 얼마든지 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외국 유명 학교와의 경쟁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1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EMBA(최고경영자 대상 경영학석사 과정,Executive MBA)는 어느 나라에 있을까. 정답은 한국이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운영하는 EMBA의 학비는 2년간 7천만원.교육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과기대의 EMBA과정 수강료(한화 3천만원)보다 2배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테크노경영대학원 EMBA과정에는 지원자가 넘쳐 기업에서 임원들을 단체로 위탁교육시킬 때는 기업당 4명까지만 받는다. #2 2004년 4월.테크노경영대학원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CJ그룹 인사담당인데 졸업전의 MBA 과정 학생들을 미리 데려갈 수 없을까요." CJ는 17명의 학생을 졸업 전에 뽑았다. 학교이름만 보고 학생들을 "입도선매"한 셈이다. 같은 시기 에너지전문기업 삼천리도 2명을 뽑았다. 삼천리측은 "올해부터는 테크노경영대학원 MBA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MBA스쿨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MBA스쿨 "불모지"인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MBA과정 지원자들의 대부분이 미국이나 유럽의 MBA스쿨로 유학을 떠나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96년 문을 연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각광받는 MBA스쿨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를 철저히 "기업식"으로 경영했기 때문이다. 우선 교수들에 대해 철저한 능력급제를 실시했다. 동료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 및 연구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으면 과감하게 연봉을 깍았다. 실제로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는 정교수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조교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교육과정도 철저히 수요자인 기업의 입맛에 맞게 구성했다. 테크노경영대학원은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기업에 나가있는 졸업생들의 의견을 모아 커리큘럼을 업데이트 한다. 기업에서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데 알맞은 커리큘럼을 짜기 위해서다. 기업에 비유하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학생)"을 만드는 것이다. 졸업자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교육과정은 빡빡하게 구성하고 있따.이 학교에는 주간 전일제 MBA과정만 개설돼 있다. 국내 MBA스쿨의 석사과정은 30학점 내외만 이수하면 되지만 이 곳에서는 54~56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외국인 학생이 한명만 들어와도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장기적으로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인 학생까지 유치하기 위한 사전포석인 셈.현재 테크노경영대학원은 코펜하겐 비즈니스스쿨,네덜란드 델프트스쿨,노르웨이 경영대학원 등 유럽과 미국에 위치하고 있는 20여개 제휴 MBA스쿨로 부터 매학기 30명 정도의 유학생을 받고있다. 수업의 질이 높은 만큼 수업료도 비쌀 수 밖에 없다는 게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생각이다. 2년 과정의 EMBA는 7천만원 선.일반 MBA과정도 수업료가 3천만원에 육박한다. 테크노경영대학원 박성주 원장은 "MIT나 스탠포드 수준의 교육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교육비를 받아 교육과정에 재투자해야 경쟁력이 있다"며 "이같은 경영방침 덕에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재정자립도는 85%선을 넘는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