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2ㆍ텍사스 레인저스)가 벼량 끝에몰렸다. 텍사스 지역신문 '댈러스-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은 25일(한국시간) '박찬호가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안에 들지 못할 경우 곧바로 퇴출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기사에서는 텍사스 구단이나 지역 언론의 박찬호에 대한 오해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 우려를 자아낼 정도다. 특히 델 디디어라는 구단 스카우트의 말에서 그 오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수 있다. 디디어 스카우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박찬호에게서 사라진 것 가운데 하나는 눈에 서린 불꽃이다. 승부 근성이 예전같지 않다. 가슴 깊은 곳의 열망이 사라져 결국은 이것이 그의 정신 자세에 영향을미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마치 박찬호가 정신적으로 나태해져 그동안 부진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 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나는 (스프링캠프에서) 박찬호의 피칭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불펜코치마크 코너가 '불펜 피칭은 원래 잘해'라고 말하는 바람에 내 헛된 기대의 풍선이 터져버렸다." 이 기사에서는 한때 LA 다저스 스카우트를 지낸 디디어 코치가 '텍사스 구단 안에서 박찬호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라고 소개돼 있다. 가장 잘 안다는 인물이 이 정도다. 과연 그럴까. 많은 한국팬들은 박찬호의 가슴 속에는 아직도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박찬호는 이기고 싶었기 때문에 부상을 숨기고 마운드에 올랐다. 많은 연봉을받는 이상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또 박찬호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누누히 재기를 위한 다짐을 했고 꿈 속에서 승리하는 꿈을 꾸다 눈물을 흘리며 잠을 깰 때도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원형탈모증까지 생겼을까. 스프링캠프에서만 잘 던졌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박찬호는 텍사스 입단 첫 해인 2002년 스프링캠프에서 2001년 허리부상의 후유증 속에 햄스트링까지 다쳤다. 2003년에는 시번 경기 첫 등판에서 옆구리 근육을 다쳤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는 부상은 없었지만 역시 아주 좋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도 디디어 스카우트는 마치 매년 박찬호가 스프링캠프에서는 잘 던지다가정규시즌에서만 형편없이 던진 것처럼 말하고 있다. 문화와 정서가 다른 미국에서 자신의 방식으로만 표현한 것은 박찬호의 실수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아니었다'고 호소할 수도 없는 일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오해를 푸는 방법은 보란듯이 성적을 거두는 일 뿐이다. (알링턴=연합뉴스) 김홍식 특파원 ka12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