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사가 마주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극한 대립에 빠져들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을,경영진은 노조간부들을 서로 철창에 넣어달라고 맞고소하는 등 갈등의 골은 하루가 다르게 깊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17일 조흥은행이 4백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키로 하면서부터.노조는 합의없는 일방적 통보라며 즉각 투쟁방침을 선언했다. 충돌은 바로 다음날인 18일 빚어졌다. 조흥은행 창립 1백8주년이었던 이날 윤태수 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들은 최동수 조흥은행장실로 몰려가 "동료들이 쫓겨나가는 마당에 무슨 잔치냐"며 최 행장의 행사장 출입을 가로막았다. 며칠 후 사측은 창립기념식을 무산시킨 윤태수 위원장 등 노조간부 4명을 폭력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도 가만있지 않았다. 노조는 은행측이 암투병 중인 직원들에게까지 퇴직을 강요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회사측이 암 투병 중인 김모 과장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에 퇴직을 하지 않으면 은행에 복직명령을 내릴 것"이라며 "복직하는 부서는 새로 신설되는 '신규고객영업팀'으로 이곳은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만큼의 목표를 주어 견디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에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또 골수암으로 휴직 중인 송모 대리에게도 유사한 내용으로 퇴직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신한금융지주회사의 라응찬 회장과 최영휘 사장,최동수 조흥은행장 등 3명을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했다. 조흥은행 노사가 왜 이런 극한상황을 자초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양측은 오래 전부터 희망퇴직 실시문제를 놓고 협의를 해왔는데 과연 충돌을 피할 방법이 없었는지 묻고 싶다. 또 회사 내부 문제를 놓고 공권력과 여론을 떠들썩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갈등해소 방법인지도 궁금하다. 지금이라도 양측이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인식 금융부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