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이름을 빌려 특정 집단이 이익을 취하거나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개혁에는 반대입니다."


21일 열린 대한변호사협회 정기총회에서 제43대 변협 회장에 선출된 천기흥 변호사(62·사시8회)는 취임일성으로 현 정부에 대한 '개혁감시자' 역할을 강조했다.


참석 대의원들의 만장일치 박수로 선출된 천 신임회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에는 반대하지 않으며 집단 이기주의를 고집하지도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사법개혁에 대한 반감을 고스란히 드러내 정부와의 잦은 갈등을 예고했다.


천 회장은 "판결 몇 개로 보수 개혁을 논하거나 젊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법관이 되는 현 개혁방식은 반대"라며 "'아 저사람이면 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전인격을 기준으로 대법관이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도입에 대해서도 본래 목적과 다른 도입에는 반대임을 분명히 했다.


천 회장은 "로스쿨 도입 목적은 법대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들의 국제 경쟁력 향상"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공계가 중요하다면서도 법학 도서관,모의법정을 만들기 위해 수백억원을 쏟아붓는 쪽으로 (개혁이) 진행된다면 개혁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그것이 개혁이라면 변호사 대량 생산이라는 은폐된 목적을 위해 미국식 로스쿨을 이용한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천 회장은 법률서비스 질의 향상도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 과당경쟁과 탈법행위가 빈발하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사법서비스의 수요와 변호사 수와의 적정선에 대한 계산이 전제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천 회장은 대신 "변호사들에 대한 윤리교육과 징계를 어떤 때보다 강화해 최근 추락하고 있는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앞으로의 실천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천 회장은 그러나 처음부터 지나치게 정부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변호사 단체의 생명력은 비판이며,정부와 국회가 잘못할 때 문제가 있다고 명확히 해주는 게 변호사의 역할"이라며 정치적인 분석을 경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