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 판결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36.사시 33회)가 또다시 대법원 판례를 깨는 "골프는 도박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판사의 판결에 대해 "너무 시대적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판사는 지난 18일 판돈 14억원짜리 '내기 골프'를 친 혐의(상습도박)로 구속 기소된 이모씨(60)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골프는 화투나 카드처럼 우연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므로 도박이 아니라는 게 판결 취지였다. 이 판결에 대해 야후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뇌물 줄 사람들은 어떻게 줄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데 (판사)가 아예 길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참여 네티즌의 89.5%(1천9백96명)가 판결에 반대했다. 법조계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골프를 쳐본 사람이라면 실력 외의 요소들이 얼마나 많이 작용하는지 알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따른다면 내기 골프로 뇌물을 주거나 재산을 양도하는 편법적인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신선한' 판결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변호사는 "대기업 후원 골프대회는 스포츠행사고 개인간 내기골프는 도박으로 보는 인식에 대해 사람들이 아무 문제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극히 국가주의적이고 자본가 중심의 시각"이라며 "경청해볼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작년 5월 종교적인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피의자에게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내려 주목을 끌었다. 이후 예배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된 목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을 비롯해 △예비군 훈련 불참자에게 징역 4월 선고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에게 무죄 선고 △집단행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에게 선고유예 판결 등 잇단 '튀는 판결'로 법조계에 '이정렬 쇼크'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