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의 매각이 마무리된 것과 달리 대한투자증권 매각협상은 난항에 빠지고 있다. 매각주체인 예금보험공사와 매수희망자인 하나은행이 매각가격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인수포기'까지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예보와 하나은행은 작년 12월13일부터 최종 가격협상에 돌입했지만 두 달이 지난 아직까지도 1천억원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예보는 한국투자증권 매각가격(5천4백52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받겠다는 입장인 반면 하나은행은 4천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협상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협상결렬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투증권을 적정가격에 인수할 수 없다면 (하나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다음 기회로 미룰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가 대투증권 협상과 관련해 인수포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하나은행은 대투증권을 인수하는 대로 지주회사 설립준비위원회를 세우고 올 가을께 지주회사를 모회사로 하는 '하나금융그룹'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M&A(인수합병) 업계에서는 대투증권의 매각가격은 한투증권 매각가격보다 어느 정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의 공적자금 투입 규모나 인력구조 등을 놓고 볼 때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투입액을 보면 한투증권의 경우 그동안 4조9천억원이 투입됐고 앞으로 1조6천5백억원이 더 들어갈 예정이어서 총 투입액은 6조5천5백억원에 달한다. 반면 대투증권은 과거 투입금액이 2조8천억원에 불과하고 향후 투입예상액도 1조3천억원에 그쳐 한투증권보다 2조4천억원 이상 적다. 따라서 한투증권은 5천4백62억원을 받고 팔았어도 공적자금 회수율이 8.3%에 달했지만 대투증권은 4천1백억원 이상만 받으면 10% 이상의 회수율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력구조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양사 모두 총직원 수는 1천1백50명 수준으로 비슷하지만 인력구조를 보면 한투증권은 피라미드형인 반면 대투증권은 책임자급이 3백명 가량 많아 항아리형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투증권 인수자에게 두고두고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편 예보와 하나은행은 매각가격뿐 아니라 시가평가 펀드의 부실자산 처리문제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3백억원 규모의 부실자산에 대해 사전손실보전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예보는 사후에 보전해주겠다는 입장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