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빅 랠리'를 보인 14일 각 증권사 객장은 몰려드는 개인투자자와 전화 문의로 몸살을 앓았다. 예년보다 길었던 설 연휴를 마치고 문을 연 주식시장이 개장 초부터 초강세를 나타내자,투자자들은 객장 곳곳에 소그룹으로 모여 투자종목을 상의하는 모습이었고 "이제 투자할 때가 됐다"며 새로 계좌를 개설하려는 개인들도 꽤 눈에 띄었다. 일부 객장은 이날 마감되는 금호타이어 공모주에 청약하려는 고객들까지 겹쳐 극심한 혼잡을 빚기도 했다. 이날 낮 삼성증권 명동지점.객장 한편에 설치된 4대의 시세조회용 단말기마다 투자자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주식 전광판 앞 좌석(24개)도 빈 자리가 없이 꽉 채워져 수십명은 선 채로 시세판을 들여다봐야 했다. 전광판 앞에 서 있던 은행원 김광수씨(36)는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기 위해 계좌를 트러 왔다"면서 "요즘 사무실에서도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주식 얘기로 꽃을 피울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자영업자인 이성주씨(45)는 "그동안 주식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다 코스닥지수가 500선을 넘은 것을 보고 계좌에 투자자금을 넣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위층에 자리잡은 LG투자증권과 대신증권 객장에는 공모청약 투자자들까지 한꺼번에 몰려들어 객장이 시끌벅적했다. 대신증권 조용현 명동 지점장은 "하루 평균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지난해에는 4건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7∼8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정지용 명동 지점장도 "객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물론 전화 문의도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50억원에서 1백억원대의 뭉칫돈을 맡기는 큰손도 나타났다"고 귀띔했다. 실제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증권 계좌수는 지난 7일 현재 1천8백92만9천개로 작년 11월1일(1천8백64만1천개)에 비해 28만8천개가량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동안 투자손실로 장기간 잠을 자던 휴면계좌들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면서 3개월 이상 투자가 없었던 휴면계좌 수가 올 들어서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하고 있다. 증권사 객장 직원들과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추가 상승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한 투자자는 "지난달 5일부터 26일째 코스닥의 거래대금이 1조원을 훨씬 웃돌고 있는 데다 경기회복 기대감 등에 힘입어 거래소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증시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시의 단기급등과 과열 움직임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코스닥의 주식 회전율(거래량/상장주식수)을 보면 작년 11월과 12월만 해도 40.1%,54.0%였지만 지난 1월에는 93.0%로 크게 높아졌다. 그만큼 개인의 단타가 늘어나 손바뀜이 잦다는 의미다. 동양종금증권 강남지점 박상민 대리는 "가격 불문하고 코스닥 테마주를 사달라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웬만한 수익률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