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말 1백엔당 9백원대로 떨어진 원·엔 환율이 1천원선을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엔·달러환율과 원·달러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과거 원·달러 환율 1천1백원선이 무너졌을 때나 원·엔 환율 1천원대가 깨졌을 때에 비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원·엔 교환비율 '10대 1'이 예전처럼 '황금비율'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상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원·엔 디커플링은 조정과정? 지난달말 달러당 1백2∼1백3엔대를 유지하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주 1백5엔∼1백6엔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개선 소식과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원·달러 환율은 줄곧 1천20원대에서 맴돌았고,그 결과 원·엔 환율은 지난달 31일 9백96원선으로 떨어진 이후 9백60원∼9백8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수년간 유지됐던 원·엔 교환비율 10대 1이 깨지고 '9대 1 시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정부 개입으로 원·엔환율이 2003년 하반기 9백원대에서 한때 1천1백10원대까지 치솟았던 디커플링의 조정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원·엔 교환비율이 9대 1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원·엔 환율이 9백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국제적으로 엔화자산에 대한 투기와 그 해소과정에서 엔·달러 환율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라며 "조만간 안정세를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엇갈리는 원·엔 하락 분석 지난 2003년 원·엔 환율이 1천원선 밑으로 내려갔을 당시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과의 해외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게 됐다며 초비상에 걸렸었다. 하지만 최근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산업구조가 원·엔 환율보다는 싱가포르·홍콩·대만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 변동과 더 밀접한 연관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일본보다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한데다 일본으로부터 기계류나 핵심부품 수입이 많아 원·엔 환율 하락은 어떤 측면에서는 호재일 수도 있다는 것. 또 일본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대기업들도 마케팅 품질력 등으로 환율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 예전에 비해 충격의 강도가 적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원·엔 환율 하락이 수출에 위협요인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 관계자는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2003년과 비교하면 약 10% 정도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셈"이라며 "대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일 만큼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준·김동윤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