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1천5백억원 규모의 경매펀드를 불과 10분만에 판매하자 경매펀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질 태세다. 그러나 경매 전문가들은 경매펀드 투자 열기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매펀드가 매입할 수 있는 물건이 제한적인데다 수익률을 맞추기도 어려워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경매펀드 판매 성공에 고무된 현대증권은 여세를 몰아 2호 펀드의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경매펀드 판매를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D경매정보제공업체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성공 이후 여러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이 경매펀드의 도입에 대해 자문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증권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4개월간 배타적 판매권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사들이 당장은 펀드를 판매할 수 없다. 따라서 배타적 판매기간이 끝나는 올 4월 이후에는 준비를 마친 경쟁업체들의 펀드 상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경매펀드의 인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열기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펀드를 잘만 운영하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률(8~15%)을 안겨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어서다. 따라서 경매펀드에 투자할 때는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경매펀드의 경우 무엇보다 펀드가 편입할 수 있는 경매 부동산이 적다. 또 경매펀드들은 취득·관리·처분 등의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소형 물건보다는 10억원 이상의 중대형 물건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매정보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 물건 중 감정가 10억원 이상 물건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전체 경매 물건의 77% 이상이 감정가 1억원 미만의 소형 물건이다. 뿐만 아니라 감정가 10억원 이상 물건 중에서도 원하는 수익을 펀드 운영 기간 내에 달성할 수 있는 물건은 20%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이동중 디지털태인 사장은 "경매펀드가 많을수록 우량 물건 확보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이라며 "높은 수익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약속한 수익률 달성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은 많다. 우선 수수료 부담이 크다. 일반인들이 경매를 통해 물건을 취득할 때 내는 수수료(취득·등록세,컨설팅수수료,법무비용,명도비용)는 낙찰금액의 7.5% 정도다. 그러나 경매펀드의 경우 신탁보수수수료(3.12%)를 더해 10.62%의 비용이 발생한다. 또 낙찰 후 명도,리모델링,재임대 등에 1년 정도가 소요돼 상당기간을 수익없이 보낼 수도 있다. 더욱이 경매물건은 선점하거나 독점할 수 없어 몇 개월이 지나도 물건을 취득하지 못할 수 있다. 매입을 서두르다 보면 취득가격이 올라가고 기대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