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도롱뇽보다 못한 국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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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봉 중앙대 교수ㆍ경제학 >
1699년 걸리버가 표류한 소인국 릴리푸틴(Lilliputin)들은 삶은 달걀을 먹는 방법에 생사를 걸었다.
왕은 달걀의 양끝 중 작은 쪽부터 깨서 먹을 것을 명령했으나 큰 끝부터 깰 것을 고집하는 빅-엔디안(Big-Endians)들이 사생결단해 저항했다.
36 월력(月曆)간 6차례 대 폭동이 일어나고 1만1천명이 작은 끝부터 깨기를 거절하고 죽음을 택했다.
이웃나라 또한 이 싸움에 끼어들어 끝없이 전쟁을 치르는 중 걸리버가 등장해 적군의 모든 함대를 나포하는 대공을 세우는 것이다.
꼬리치레도롱뇽을 가지고 우리나라도 소동을 벌이고 있다.
천성산 여승 한 분이 도롱뇽을 대신해 목숨 건 단식을 결행했고 무려 1백일을 버텼다고 한다. 이에 온 나라가 놀라 여승님에 동조하는 여론이 들끓고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분에게 천주교 추기경이 찾아가고 국무총리도 찾아갔으나 모두 뵙지 못했다. 드디어 대통령 특사가 나서 공사를 중지하고 환경영향조사를 다시 한다는 약조를 바치고 스님의 단식을 풀게 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향후 스님과 똑같이 7명씩 조사원을 파견해 3개월간 공동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공사결정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서약이다.
과연 우리는 3백년 전 풍자소설이 만들어 낸 소인들과 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
3촌짜리 도롱뇽으로 인해 4천7백만 인구가 이 무슨 주책인가. 이 도롱뇽은 전국 도처에서 발견돼 멸종위기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단식,분신위협에 삼보일배,촛불시위하는 자들이 유난히도 많은 이유가 있다.
도롱뇽이든 풍뎅이든 어떤 헛것으로 누군가 나와 곡예를 부리면 언제든 흥분해서 18조원 국가사업을 중단시키고 수천억원 혈세를 덧없이 날려 보낼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이고 그들이 선출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번 천성산 여승 사건에 주역,조역,관중역할을 한 각 집단에 한마디 하지 않을수 없다. 우선 탈선한 정부다.
쇼나 자해협박으로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는 자는 어느 사회에나 있다. 국가가 수천만 국민 중 특정 인간의 떼만을 받아줄순 없는 일이다.
또한 이런 요구는 들어줄수록 기승을 떨게 마련이라 무원칙 무통제의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그런데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초법행위자 개인에게 다가가 일대일로 상의하자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통사정하니 이게 무슨 국가 꼴인가.
다른 국민은 모두 유린돼도 좋은 존재인가.
불교계는 이번 사건으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게 됐다.
도롱뇽 서식지는 천성산 터널공사로 훼손될 우려가 없다는 환경조사와 법원판결이 이미 수차례 나왔다.
책임 있는 종교집단이라면 근거 없이 목숨을 담보해 국가사업을 가로막는 여승을 말렸어야 할 텐데 오히려 여승을 비호하자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건을 비화시켰다.
"사찰개발이 자연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출가자가 세속 일에나 집착하려면 절을 떠나 환경운동가나 정치가가 돼라" 등 이 사건을 계기로 불교계에 대한 폭로와 비난이 쇄도함을 불교계는 통찰해야 할 것이다.
환경단체는 과거 동강 댐, 사패산터널, 부안 핵폐기장, 새만금 댐, 원전 건설장 등 어디에나 나타나 무조건 국가사업 반대투쟁을 벌여왔다.
돈벌어본 일 없고 세금내본 적 없는 이들이 이번에도 소송제기에 앞장서 1년이나 공사를 막고 2조여원의 국고를 날렸다.
이들은 경제가 환경의 공적(公賊)인 양 공격하지만 잘 못살며 환경보전이 제대로 되는 나라를 본적이 있는가. 왜 쓰레기처리장이나 장묘장 건설 반대자들을 설득함에 앞장 서 전국이 쓰레기장과 묘지가 되는 일을 막지 못하는가. 사이비 환경운동가들은 경제는 물론 환경까지 망침을 국민들은 곧 터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하염없이 고속철 개통을 기다리게 된 부산·경남사람들은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다.
여승 하나 단식저항에 7백만 지역 인구가 침묵함으로써 그들의 마땅한 권리도 지키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 모두는 현명하게 행동하는 국민이 돼서 다시는 이런 창피한 피해자가 되지 말자는 것이 이번 여승 사건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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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