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오키나와(沖繩) 후덴마(普天間)기지 주둔 미국 해병대의 해외이전을 전제로 유사시에만 주둔하는 `유사시 주둔방식'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해 주도록 미국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산케이(産經)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은 후덴마 주둔 미 해병대 주력부대가 현재 이라크에 파견돼 있는데도 동아시아 군사정세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괌 미군기지가 크게 확충됨에 따라 미 해병대가 `유사시에만 주둔하는' 방식을 검토할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유사시 주둔'을 받아 들일 경우 일본은 후덴마비행장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 자위대가 항공기 격납고 등을 제한적으로 이용하되 유사시 미 해병대주둔에 대비해 자위대 상시훈련 등에는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는 주력 제3사단 소속 제4연대가 작년 2월부터 이라크에 파견돼 있다. 미국은 또 작년 5월에는 제31 해병원정대를 추가로 파견하는 등 전체 병력의 3분의 1 가까이를 오키나와 이외 지역에 배치했다. 실전부대인 보병 대부분이 해외 작전에 투입됨에 따라 후덴마비행장에는 현재수송부대만 주둔하고 있어 "후덴마비행장의 기능을 대폭 수정할 여지가 있음이 확인됐다"(일본 정부 관계자)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미 해병대 이전지역으로는 호주와 괌, 필리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주일미군 재배치와 관련, 일찍부터오키나와의 부담경감을 주장해 왔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95년 발생한 미군병사의 강간사건을 계기로 설치된 미ㆍ일특별행동위원회(SACO)에서 후덴마 기지를 일본에 반환하는 대신 헤노코(邊野古) 앞바다에 대체기지를 건설키로 합의했으나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대체기지 건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키나와현측은 대체기지 사용기간을 15년으로 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