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진이 4일 인사를 통해 젊어진다. 롯데는 현재 38개 계열사 중 무려 17개사 대표가 60대와 70대이다. 따라서 호텔롯데와 같은 주력사 대표를 퇴진시키는 것은 조직 전반에 혁신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는 신동빈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그룹 전반을 관장하는 정책본부를 신설,정책본부장에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인사다. 롯데그룹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 혁신 가속화된다 이번 인사는 신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신 부회장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국 '혁신'이다.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적 인사로 일관해온 신격호 회장마저 지난달 신년사를 통해 '혁신'과 '과감한 투자'를 강조한 바 있다. 신년사가 나온 이후 연로한 대표들을 중심으로 그룹 전 임원들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주력사 중 하나인 롯데쇼핑의 경우에도 60대 임원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5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이 승진가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도 70대 대표가 퇴진하는 만큼 보다 젊은 대표를 선임,조직혁신에 나설 전망이다. ◆2세 경영체제 확고히 두 달간 진통을 겪은 끝에 신 부회장이 수십년 계속된 보수적 인사틀을 깬 것은 2세 경영체제가 확고히 구축될 것임을 시사하는 신호탄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자는 회장의 뜻을 부회장이 설득해 변화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컵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글로벌화'도 신 부회장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올해 84세 된 회장의 역할은 신 부회장이 확고한 입지를 굳히는 여건을 만들어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신 부회장은 일본과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유럽에서 직장생활을 한 바 있다. ◆롯데의 향후 전략 '혁신'을 키워드로 내건 신동빈부회장은 크게 △중국 인도 러시아 등지로 글로벌화를 시도하고 △석유화학 등 제조업과 호텔·백화점 등 유통·서비스업을 투톱으로 삼아 선택과 집중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젊고 신선하며 도전적인 인재들에 대한 영입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우 이미 신 회장이 물꼬를 튼 대규모 테마파크와 쇼핑센터 사업이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년에는 인도 페리스제과를 인수,인도에서 유통·식음료·관광레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의 깃발을 높이 든 롯데가 어디로,어떻게 항진할지 주목된다. 강창동·장규호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