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양성평등.인간존엄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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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것은 변화된 가치를 받아들이되,오랜 관행을 청산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제는 "남녀평등주의"에 위배되는 명백한 위헌이지만,당장 없앨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당장 폐지될 경우 상속이나 연금 등 호적부에 따른 신분관계 증명이 필요한 사안에 법률적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배경 및 의미=헌재가 호주제에 대해 재판관 9명의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호주제가 헌법 36조1항의 양성평등의 원칙 및 인간존엄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가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한 문제조항은 3가지. 민법 788조,781조1항 일부분,826조3항 일부분이다.
788조는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해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고 돼 있다. 이는 호주를 정의한 부분으로 호주제의 근간을 함축한 핵심조항이다.
781조1항은 '자(子)는 부가(父家)에 입적한다'며 자의 입적,826조3항은 '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며 부부간의 임무를 규정한 부분이다.
헌재는 이 같은 조항으로 인해 나타나는 남녀차별에 주목했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와 누나를 제치고 아들이 호주승계를 하거나,할머니와 어머니를 제치고 어린 손자가 호주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대표적인 남녀차별 사례라는 것이다.
또한 남자가 혼인하면 자신의 가(家)에 머물거나 새로운 가의 호주가 되는 반면 여자는 자신의 가를 떠나 남편이 속한 가나 남편이 호주로 된 가의 가족원이 되도록 하고 있어 처의 종속적 관계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자녀의 부가(父家) 입적 조항 역시 부계혈통 우위의 사고에 기초한 것으로서 이혼한 어머니가 자녀의 친권을 가지더라도 부가에 소속돼 아버지가 자녀의 호주로 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초래한다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전망=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에 계류 중인 호주제 폐지법안의 빠른 처리와 관련 입법 보완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폐지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이 '대세'를 따를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003년 9월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호주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열린우리당과 달리 한나라당의 소극적 태도로 법안 처리가 미뤄져왔다.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임채정 열린우리당 대표가 최근 2월 임시국회에서 민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달 19일 "한나라당은 (찬성하는) 권고적 당론을 정했고 자유투표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호주제 폐지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호주제 폐지 일지 >
▶1999년 5월=호주제폐지운동본부 발족
▶2000년 11월=호주제 1차 위헌소송 제기
▶2001년 4월=서울지법 서·북부지원 호주제 위헌심판 제청
▶2002년 5월=호주제 2차 위헌소송 제기
▶2003년 9월=법무부,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입법예고
▶11월=헌재,호주제 첫 공개변론
▶2004년 12월=헌재,호주제 5차 공개변론
▶2005년 1월=대법원ㆍ법무부,호주제 대체 개인별 신분등록 방안 마련
▶2월=헌재,호주제 규정 헌법불합치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