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일 이틀간에 걸친 올해 첫 정례회의를 마치면서 예상됐던대로 또다시 연방기금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이후 6차례에 걸친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는 1%에서 2.5%로 조정됐다. 사실 이는 월가의 모든 이코노미스트들과 투자자들이 예상해 왔던 터라 이날 FOMC의 결정에 놀랄만한 요소는 전혀 없다. 또한 앞으로도 최소한 2, 3차례는 더 같은폭의 금리인상이 단행돼 3% 정도까지는 도달할 것이라는 데도 월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월가에서는 이미 `구문'이나 다름없었던 0.25% 포인트의금리인상 결정보다는 향후 금리정책에 관한 FRB의 의중을 읽을 수 있을 지에 더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이틀간의 FOMC 회의 후 발표된 성명은 지난해 12월14일 회의 후 성명과 거의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지난주 발표된 4.4분기 성장률이 7분기만에 가장 낮은 3.1%에 그치는 등 그동안 경제지표나 경제상황에 다소의 굴곡이 있었지만 여기에 연연하지 않고 기존의 보폭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셈이다. FRB가 유지할 `보폭'의 내용은 지난해 6월 이후 FOMC 성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의 금리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FRB는 직전 FOMC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완만하나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고용시장도 점진적으로 개선돼 가고 있다면서 경제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지속가능한 성장과 물가 안정의 달성에 따르는 위로의 위험과 밑으로의 위험이 거의 같다"고 말해 경기과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디플레이션의 위험 가운데 어느쪽에도 특별히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억제되고 있다"거나 "기저의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쪽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현재의 금리는 이번의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경기진작적(accommodative)"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FRB는 경제가 잘 풀려가고 있어 비정상적으로 낮은 현재의 금리를 올릴 여지가 충분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으니 `신중한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정책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 가운데 어느쪽도 유발하지 않을 `중립적 수준'의 금리에 도달할 때까지 0.25% 포인트정도의 완만한 금리인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월가는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중립적인' 금리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USA 투데이가 58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이 보는 중립적 금리는 작게는 3%에서 크게는 4.5%에 이르는 분포를 보였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올해말 연방기금금리 중간값은 3.6%였다. 따라서 FRB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신중한 속도'의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리라는 것이 대다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후 FOMC 성명이나앨런 그린스펀 의장 등 FRB 간부들의 발언을 통해 `신중한 속도' 또는 `현재의 금리정책이 여전히 경기진작적'이라는 핵심적인 표현에 변화가 온다면 그것은 금리인상행보의 변화를 시사한다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많다. 오는 2월16일과 17일로 예정된 그린스펀 FRB 의장의 의회증언과 3월22일 열리는차기 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이런 변화가 나타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분석 업체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 닷컴에 "현재로서는 FRB가 0,.25% 포인트씩의 금리인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용 신장세가 계속된다면언젠가 정책이 재검토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