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과거 분식회계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당초 정부안에 대해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여당의 일부 의원들조차 반발,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2일 핵심 쟁점에 대해 진전된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고 이에 여당 의원들이 수용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가 확실시된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법체계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선 데다 분식 사실 자체를 공개하기 꺼리고 있는 기업들의 '정서'상 과거분식 해소가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아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역분식' 허용범위 구체화=수정안의 핵심은 '역분식'(분식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계기준 위반 행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분명히 한 점이다. 그간 여당 법사위원들이 "기존의 정부안대로라면 과거 회계분식과 현재 회계분식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반발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예컨대 재무제표에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전년도의 분식을 그대로 공시하거나 분식된 금액을 '실질에 맞는 방향'으로 역분식하는 행위는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해주겠다는 것이다. '실질에 맞는 방향'이란 과다계상된 부분은 축소하고 과소계상된 부분은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과거 분식을 해소한다는 명분하에 새로운 분식을 하는 행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 분식을 엉뚱한 방향으로 조작하거나 해소된 금액을 새로운 항목으로 대체하는 것은 새로운 분식행위로 집단소송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감사인 면책·감리 면제 추진=수정안은 기업이 과거 분식을 해소하는 과정을 허용함에 따라 재무제표를 감사한 감사인에 대해 2년간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역분식도 분식 행위의 하나인 만큼 감사인으로서는 별도의 '면책 조항'이 없을 경우 당연히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따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감독당국은 기업들의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가 회계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됐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감리'까지 전면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누적된 과거분식을 자발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들이 '전기오류 수정' 방식으로 과거 분식행위 내용을 공시한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냈을 때 이를 근거로 감리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처리 전망=한나라당이 찬성하는 데다 그간 반발해 온 여당의 일부 의원들도 수용할 뜻을 내비침에 따라 국회 통과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그간 반대해 온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법안이 처리될 것"이라고 말한 게 기류 변화를 시사한다. 따라서 여야간 추가 논의과정을 거쳐 25일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창·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