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도 다 그렇습니다.발전소가 처음에 고장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국내 최대 화력발전소인 영흥화력의 발전설비 1,2호기가 설비불량 및 성능불안으로 종합준공 이틀만에 잇따라 가동 중단사태를 맞고 있다는 한국경제신문의 보도가 나가자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가 보인 반응이다. 1,2호기 모두 발전기의 핵심부품인 터빈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게 무슨 대수냐'는 식이다. 오히려 보령화력발전소가 지난 93년 상업가동을 시작한 직후 6개월간 12번이나 고장이 났다는 사실을 '자랑스런 증거(?)'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영흥 1,2호기 설비가 조기에 안정화되지 않아 발전소가 완전히 서버리더라도 전력이 남아도는 만큼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았다. 2조3천1백74억원이라는 국민의 혈세를 들여 건설한 발전소가 완공된 지 한 달동안 23일간 고장나 정상가동되지 않은 데 대한 공무원들의 반응이 기가 막힐 정도다. 그러나 정작 산업자원부는 최근 쉬쉬하며 영흥발전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너무도 당연한 고장'에 감사까지 벌인 산자부는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발전소는 지금 고장난 것은 물론이고 얼마 뒤 설비 불량을 보완하기 위해 또 다시 설비를 세워야 한다. 산자부는 또 어김없이 "괜한 보도가 국가와 기업의 해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언론이 책임질 수 있느냐'는 식의 이해하지 못할 으름장을 끼워들었다. 조만간 설비를 맡았던 기업이 해외에서 화력발전설비를 수주할 예정인데 타격을 받지 않도록 기사를 빼달라는 것. 이쯤 되면 "완벽한 시운전과 성능시험을 통해 상업 가동에 들어가는 게 관례인데 어정쩡한 준비로 전기 판매수익만 올리려 한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12월23일 탄생한 '국내 최대 화력발전소'가 국민의 혈세로 지어졌다는 것을 공무원들이 제대로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홍열 산업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