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면 일제고사 얘기가 나온다. 시쳇말로 '싸움짱'이라고 할 수 있는 석태는 공부도 일등이었는데 결국 친구들을 위협해 답안지를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이 6학년 첫 시험에서 들통나 곤욕을 치르게 된다는 내용이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제고사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해마다 몇 번씩 치르는 연례행사나 다름없었다. 이 시험을 통해 학생의 석차와 학교의 우열이 가려지는 까닭에 시험날짜가 정해지면 학생은 물론이고 선생님들도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할수록 어느 학교가 앞서고 어느 학급에서 누가 일등을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일제고사가 서울에서 부활된다는 소식이다. 그동안은 학력평가 위주의 일제고사가 과외를 부추기고 과도한 경쟁을 불러 일으킨다 해서 전국 모든 학교에서 금지돼 왔었다. 일제고사 부활이 발표되자 벌써부터 찬반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반대논리는 과거와 다를 바 없지만,찬성하는 쪽은 평준화로 인해 학력이 크게 저하되었다고 말한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양성해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우리 처지에서 경쟁을 배제한 평준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어느 쪽도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에 대한 사려깊은 걱정임에는 틀림없다. 미국도 한때는 평준화를 실시했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문맹률이 10%에 육박하자 몇년 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교육개혁안을 마련했다. '문맹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나온 이 개혁안은 매년 읽기와 수학,과학시험을 치르도록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지역별로 학교순위가 매겨진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싱가포르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력평가를 해 5학년부터는 수준별로 반을 나누어 수업을 진행한다. 교육정책이 바뀔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인다. 일제고사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앞으로 지방에서도 큰 논란거리가 될 전망인데 인재육성과 인성개발이라고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대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