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개혁, 경제로 푸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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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 >
경제전문가를 교육부총리로 선임한 점에 대해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교육관련 단체들은 교육전문가도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마처럼 얽혀 있는 교육정책을 비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지금까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위 교육전문가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교육문제이기에,역설적으로 비전문가를 통해 실타래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산업적 측면을 분명히 이해하고 건전한 경쟁원리의 도입을 통한 구조혁신은 경제전문가의 시각이 강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제조업으로 외화를 벌어 서비스업으로 쓰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2003년의 무역수지 흑자는 2백21억달러,서비스수지 적자는 76억달러였다.
해외교육비 연간지출은 공식통계로 18억5천만달러이지만 실제로는 이의 3배인 약 60억달러로 한국은행은 추정했다.
60억달러는 2003년 우리나라 가계의 교육목적 지출액 22조2천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조기 유학생은 2000년 이후 매년 2만명 이상씩 출국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현재 약 8만명 수준으로 추정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해외로 나가는 학생은 늘어가고 국내 교육제도에 대한 불신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도 투입과 산출이 있기에 근본적으로 산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교육을 위해 돈을 내는 사람들이 있고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된 인력 자원을 고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은 공급자간 경쟁이 전혀 없는 독점구조가 핵심문제다.
공급자 독점은 교육부와 교사들의 공급독점으로 나타난다.
학교간,교사간 합리적 경쟁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에서 우리나라 공교육은 단일품목의 고가 독점공급체제에 다름아니다.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단지 사교육의 선택권만 있을 뿐 값 비싼 공교육을 강매당하는 구조다.
기업들은 이런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외국에 가서 다양한 선택권을 누리겠다는 것이고 이는 조기유학열풍,교육이민,기러기아빠로 나타난다.
개방화 시대에 과도한 규제와 비합리적 시장보호는 결국 소비자의 희생만 불러온다.
특히 교육,의료와 같은 서비스업은 이익단체들이 '전인교육' '국민건강'등의 명분으로 실제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기가 아주 쉬운 분야다.
일부 교육관련 단체들이 부총리 선임을 비난하면서 교육의 시장원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현재의 독점공급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표현에 불과하다.
각종 교육단체들의 다양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독점을 통한 이익향유라는 입장이 변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해결책은 개방과 경쟁원리의 도입뿐이다.
학생의 능력차는 고사하고 교사의 능력차도 부인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제한적 경쟁체제를 도입해 전체적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밖에 없다.
비전문가의 발탁 자체를 희화화하는 시각도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전문가의 가치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큰 문제일수록 한 분야에 매몰된 전문가보다는 다른 분야의 시각이 큰 힘을 가질 때가 많다.
세계 2차대전 후 비대해진 미군의 효율적 재편이 문제가 되었을 때 이를 이뤄낸 사람은 군사전문가가 아니라 자동차회사인 GM의 임원을 지냈던 로버트 맥나마라였다.
고대 로마에서는 교사와 의사에게는 민족이나 종교,피부색과 관계없이 로마시민권을 주는 법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실력있는 스승들이 로마로 모여 들어 좋은 학생을 가르칠 때 로마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실용적 정신이 있었던 것이다.
똑똑한 학생 여러 명이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 실력있는 스승 한 사람 모시는 게 비용이 싼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많은 산업이 개방화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것처럼 이제 교육도 개방과 경쟁을 통한 혁신의 길을 가야 할 시점이다.
전문가를 뛰어넘는 비전문가의 역량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