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프닝) 경기 회복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 때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도 했지만 지표 경기가 이를 뒷받쳐 주지 못하고 있어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보도본부의 박 재성 기자가… (앵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곳곳에서 경기 회복 조짐이 관찰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다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기자) 흔히 주식 시장에서는 현실과 기대를 섞으면 안 된다… 이런 말이 있는데요. 현실은 숫자로 나타나고 기대는 언변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경기 회복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가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백화점과 할인점 등의 매출 증가였습니다. 1 사분기와 2 사분기에 각각 –6.7% 그리고 –4.1%에 그쳤던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3/4분기에 5.2%로 돌아섰고 4/4분기엔 11.6%로 완연히 회복세를 나타냈다는 것이죠. 여기에 할인점과 백화점 매출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요. 주식시장도 오르고 있고 부동산 시장도 꿈틀된다고 하니까… 이른바 부의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 이런 기대를 낳게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지난 28일 발표된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산업 생산이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특히 산업생산 증가율이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그런데, 때 맞춰 민간 연구기관으로서는 가장 지명도 있는 기관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부정적인 코멘트를 연거푸 내놓아서요. 경기 회복론이 다시 착 가라 앉게 됐습니다. (앵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어떤 말을 했나요? (기자) 삼성경제연구소의 정구현 소장이 어제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올해 안에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정 소장의 논리는 “세계 IT 경기 사이클이 다시 반전되는 시점에라야 수출이 회복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점은 IT 경기가 꺾이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2006년 2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가계부채 비율도 크게 줄어서 국내 소비도 박자를 맞추며 회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단 정 소장 뿐만 아니라 같은 연구소의 정문건 전무도 기업은행 주최 세미나에서 비슷한 요지의 언급을 했는데요. “카드 사용이 늘어난 것이나 백화점 매출이 증가한 것은 삼성 등 대기업과 금융권의 상여금이 흘러 들어 간 것” “가계 부채 비율이 아직 높기 때문에 빨라도 내년은 돼야 소비가 살아날 수 있을 것”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이 비단 삼성경제연구소만의 시각은 아니고요. 다른 민간 연구소도 상당 수 이런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데서 아직 경기회복을 단언하기는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처럼 선뜻 낙관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무엇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습니까? (기자) 주식시장만 놓고 본다면 마치 곧 봄이 온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비제조업 즉, 영세 서비스업 분야의 회복이 이뤄졌느냐로 집약되는 듯합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소득이나 소비가 양극화돼서 한 쪽에서만 실감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고요. 서비스업 분야는 아직 회복이 요원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앞서 산업활동동향처럼 제조업 경기마저 꺾이게 되면 좀더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죠. 삼성증권 소득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개인 부문의 소득은 크게 급여생활자의 피용자 보수 그리고 자영업자의 영업잉여 또 하나가 축적된 재산에서 나오는 순재산소득 이 세가지로 이뤄져 있는데요. 저금리에 임대료도 하락 추세인데다 서비스업 불황마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자영업자 소득이나 순재산소득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추산입니다. 더욱이 여기에 세금 등 사회보장 비용이 늘면서 개인의 가처분 소득은 더욱 줄어들었다는 것인데요. 얼마 전 를 외치며 주식 시장을 시끄럽게 했던 스티브 마빈 같은 투자전략가도 서비스업 분야로 경기의 불씨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기대는 크지만 현실은 아직 한 발짝 물러서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입니다. (앵커) 예전에는 지표는 살아나는데 반대로 체감경기가 안 좋다… 이런 말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체감경기는 살아나는 데, 지표가 안 좋다… 이런 형편이 됐군요. (기자) 분석기관의 연구들이 다분히 기우로 끝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하지만 현실이라는 것은 늘 숫자로 표현되고 또, 보다 보수적인 편이니까,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듯하고요. 일부 음모론도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CSFB나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부정적 전망을 제시하는 것도 전혀 무시해서는 곤란할 듯합니다. 지금으로서는 낙관론과 비관론 양 쪽 모두 귀를 열어 놓고 추이를 잘 살피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 같은데요. 일단 오늘 1월 수출 동향이 발표됩니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서비스업 활동 동향이 나오고요. 현재 우리 경기의 견인차가 수출 아닙니까? 지난번 12월 산업 활동 동향에서도 향후 전망이 썩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어느 정도 수준을 보일지 궁금하고요.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서는 앞서 말씀 드린 경기 회복 전망의 가장 큰 걸림돌인 서비스업 부진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결국 기대가 맞느냐 숫자가 맞느냐 하는 것은 차후 발표들을 지켜보고 판단해도 크게 늦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