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광주공장의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 청탁자 명단과, 인사관리자료 등 이른바 X파일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돼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이 입수한 광주공장 인사 관련 문건이나 파일은 대체로 3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파일들은 서로 다른 파일일 수도 있고 중복되거나 축소,요약된 같은 내용일 수도 있다. 검찰은 일단 파일의 존재는 인정하고 있지만 여기에 언급된 내용들이 채용비리와 직접 연결지을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따로 관리된 고위공직자 포함 청탁리스트 첫째 파일은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노조와 회사 임원, 고위공직자 100여명의 청탁자 명단으로, 회사가 통상적인 인사관리 문건과는 따로 관리했을 가능성이높다. 여기에는 회사에 소위 줄을 대고 인사청탁을 노조 간부와 회사 임원은 물론, 장관급을 비롯한 고위인사와 정치인, 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경찰서, 노동청, 구청 관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직자와 각계 유력인사 10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명단의 존재가 검찰에 의해 일부 확인됐다. 검찰은 명단의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향후 검찰의 수사방향에 따라 이번 사건이`권력형 외압 청탁' 파문으로 확산될 가장 영향력이 큰 '문건'으로 보인다. ◆ '엑셀'로 만들어진 인사관리 프로그램 둘째 파일은 회사가 작성한 것으로, 합격자 1천79명 전원의 신상과 면접점, 추천인 등이 언급돼 있는 인사관리 프로그램이다. 이 가운데 132명의 파일이 일부 언론에도 공개된 것으로 '엑셀'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합격자 전원의 주민등록번호와 출신학교, 자격증 소지여부, 면접점수,추천인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들 1천79명의 입사자중 이날 공개된 132명의 직원파일의 추천인이나 면접전형란에는 정치인이나 자치단체 간부 등 유력인사들의 이름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직원파일에도 공개되지 않은 내용에 정치인,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등 고위 인사들의 이름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개된 파일에는 우선 구속된 정모(44) 노조 지부장이 추천한 직원 2명이있었다. 이들중 한명은 정씨와 어떤 관계인지 기록돼 있지 않았으나 다른 한명은 정씨와의 관계가 '고숙의 친구'로 기재돼 있었다. 이밖에도 노조 부지부장이 자신의 사촌동생을 추천한 사실과 대의원, 노조원 등다른 노조 간부들의 추천도 실제로 있었음이 확인됐다. 또 정모 상무와 윤모 부장, 심모 부장, 신모 팀장, 김모 과장 등 회사 고위관계자들의 추천을 받은 합격자들의 이름도 상당수 발견됐다. 추천인과 응시자의 관계를 표시한 경우에는 `000 실장의 이복 외삼촌' `퇴직자000차장이 외가쪽 친척' 등 그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특히 추천인 가운데에는 노동청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근로감독관의이름과 함께 이름없이 '보훈청'과 X구청인력상담이 적혀있어 외부청탁도 실제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묻고 대답하는 면접전형과정에는 추천인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회사과장과 매형이라거나 부친이 택시 조합장인 경우, 큰형이 경찰청에 근무한 경력,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또 한 지원자의 면접전형란에는 '서울검찰청(형)'으로 적혀있기도 했으며 따로구분된 적성검사에는 면접과정에서 합격자의 신뢰도를 평가는 허구성 검사도 지원자마다 기록돼 있다. 회사가 관리하다 검찰 수사 직전 파기한 것으로 보이는 이 파일에는 또 추천인이 있거나 면접과정에서 `사내외 유력인사와 관계가 있다'고 밝힌 지원자들은 대부분 면접점수를 높게 받았고, 일부는 중간순위와 최종 합격순위가 크게 차이가 나 청탁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뒷받침했다. 일례로 추천이 없는 L응시자의 경우, 관련 자격증이 4개나 있고, 면접전형란에`성적우수'라고 기재돼 있음에도 면접점수가 100점 만점에 56점 밖에 되지 않는 반면, 인문고를 나와 자격증이 없지만 면접 내용란에 `형이 경찰청 근무'라고 적힌 P응시자는 64점이라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저장장치 USB에 담긴 파일 셋째 파일은 현재 검찰이 확보해 복구중인 것으로 알려진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에 담겨 있을 내용이다. USB에 담겨져 있는 내용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위의 청탁명단이거나 아니면 인사관리파일 또는 채용비리와 관련된 전혀 새로운 문건일 수도 있다. 검찰도 파일이 복구되더라도 안에 담긴 내용에 대한 공개여부는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아차가 작성한 인사관리 파일은 현재까지 3개 정도로 추정되지만 더늘어날 수도 있고 혹은 위의 3개 파일이 중복되는 하나의 문건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 포함 청탁자명단이 인사관리파일의 추천인 명단일 가능성도 있으며USB에 들어있는 파일과 같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이같은 문건과 파일들에 대해 "파일의 추천인 명단을 채용비리와직접 연결지을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파일은 청탁리스트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회사에서 만든 인사관리 명단으로 보인다"며 "참고자료일 뿐이지 이것을 근거로 비리수사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