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원전수거물관리센터(원전센터) 유치지역에 3천억원 규모의 지역발전 재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저준위 방사물폐기물 유치지역 지원에 대한 특별법'이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현금지원 보상 검토' 등 설익은 카드를 꺼내들며 스스로 불신을 초래했던 정부가 원전센터 유치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내용을 법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달 이해찬 총리 주재로 원자력위원회를 열고 오는 2008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르는 중·저준위 폐기물(작업복 폐필터 등) 관리시설을 상대적으로 방사선 배출량이 많은 고준위 폐기물(사용후 연료)시설과 분리,우선 건립키로 결정한 바 있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시설부터 만들어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코너에 내몰린 정부가 폐기물 관리시설 분리정책과 유치지역 지원 특별법까지 만들어 내놓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원전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중·저준위 폐기장 우선 건설 정책을 고준위 폐기물 처리를 위한 '음모론'으로까지 몰아붙이며 한발짝도 뒤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사실 지난 86년 이후 19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원전센터 문제는 원전시설의 안전성이나 시설 유치시 경제적 이점 등에 대한 주민 설득없이 원전센터 건설의 당위성만 내세우며 무리수를 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물론 원전센터를 혐오시설로 낙인찍어버린 시민단체 주장도 대안없는 반대에 불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원전은 국내 전력 생산비중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방사성 폐기물은 이미 여러 갈래로 안전성이 입증된 원전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치러야 할 최소한의 대가라는 사실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정호 경제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