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아들 C군의 2004학년도 2학기 기말고사 국사와 사회과 주관식 답안은 누가 봐도 한눈에 대필(代筆)을 지적해낼 수 있을 만큼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는 오씨가 `누구나 알 정도의' 노골적인 답안 대필을 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향후 답안 재검 등 사후 시험관리 절차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을 정도로 대범함을 보인 증거로 볼 수 있다. 25일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오씨의 대필 답안은 C군이 처음 작성한 답안보다답안 내용이 3배 가까이 늘어났고 내용도 훨씬 충실하다. 조선 후기 사회상과 관련한 국사 주관식 1번의 경우 C군은 "일부 상층 농민은중소지주의 자기토지를 소작재(소작제의 오기)로 경영하였다"고 짧은 1문장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오씨의 답안은 "조선후기에는 중소 지주인 농민들이 지주로서 땅을 소작제로 운영하여 윤택한 생활을 하고 공명첩을 구입하거나 족보를 위조하기도 하는 부농층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민들은 소규모의 자영농이나 소작인이 되거나 품팔이나 입노농자가 됐다"고 자세하게 기술됐다. C군이 답안의 1칸을 채 채우지 못한 반면 오씨는 1문항 당 답안을 3칸씩 사용해가며 정확한 답을 작성해주고자 한 흔적이 역력했다. C군의 원래 답안은 3문제 가운데 5점이 2개, 10점이 1개로 20점을 맞았으나 오교사의 답안은 3문제 모두 10점 처리됐다. 이같은 대필 답안의 특징은 사회과 주관식 답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회과 답안에서 C군은 1점만 맞았으나 오씨의 대필답안은 12점을 맞았다. 특히 두 사람의 필체가 완전히 다른 점도 오씨가 이후 답안 검토 과정에서 대필사실이 적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사팀마저도 혀를 차게 만들었다. C군의 필체는 글자 모양이 균형을 갖추지 못한 조잡한 자형인데 반해 오씨의 필체는 깔끔하고 균형잡힌 형태로 펜글씨에 유능한 성인의 필체임이 확연했다. C군은 간혹 맞춤법을 틀리기도 하였으나 오씨의 대필 답안은 약간 흘려 썼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써내려간 필체였다. 오씨는 일부 답안에 `교통문제(RUSH HOUR.병목현상)'이라고 영어 부연 설명까지할 정도로 `완전한' 대필을 꾀했다. 시교육청 감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말고사에 나타난 오씨의 대필 답안은 아무 어려움 없이 쉽게 골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