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질주해 온 중국경제가 고속성장의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버블(거품)붕괴'의 위험 신호가 켜졌는가 하면,제조업현장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각 기업들은 심화되고 있는 가격전쟁으로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 LG 등 가전분야 사업이 지난해 적자를 보인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리한 중국사업 확장보다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관리 체제를 갖춰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중국경제 환경을 시리즈로 추적해본다 -------------------------------------------------------------- 상하이가 부동산 열풍에 휩싸여있다. 3년여 전부터 시작된 부동산투자 붐이 식을 줄 모른다. 작년 1∼11월 동안 상하이 지역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률은 평균 27.8%.그러나 이는 평균 수치일 뿐 고급 주택은 그 폭이 더욱 커진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상하이 구베이(古北)지역에 밍두청(明都城)이라는 고급 아파트가 있다. 밍두청 개발상이 작년 12월 밍두청 제2기 분양을 시작했다. 분양 가격은 ㎡당 1만6천위안 선.우리나라로 치면 평당 6백80만원 꼴이다. 35평 기준이라면 1백84만8천위안,우리 돈 약 2억4천만원에 달한다. 상하이의 중산층 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꼬박 모아야 하는 엄청난 돈이다. 그럼에도 이 아파트는 분양 시작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방이 거의 없다. 공식 분양 이전에 이미 절반 정도는 내부적으로 팔렸고,나머지는 분양 시작과 함께 몰려든 구매자로 인해 며칠 사이에 동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 얘기다. 밍두청 아파트를 분양받은 중국인 왕씨 부인.그는 "밍두청아파트는 작년 이맘때 ㎡당 1만2천위안 선이었으나 지금은 50% 정도 오른 1만6천∼1만8천위안에 거래되고 있다"며 "지금 사둬도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5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다"며 "내 주위에 더 많이 갖고 있는 친구가 수두룩하다"고 귀띔했다. 상하이뿐만 아니다. 작년 4분기의 도시별 평균 주택가격의 경우 칭다오(靑島) 19.8%,난징(南京) 15.2%,지난(濟南) 13.7%,항저우(杭州) 13.4% 등으로 여전히 폭등세를 지속했다.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가격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른다는 데 있다. 중국정부는 지난 2003년 여름 이후 부동산분야 대출 억제,개발 조건 강화,전매 제한,금리 인상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는 돈은 자꾸만 늘어가고 있다.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이미 90년대 중반 시작됐다. 중국정부의 확대재정 정책으로 건설 분야에 막대한 재정자금이 풀렸고,이는 부동산 개발 및 거래시장 활황으로 이어졌다. 부동산가격이 오르자 은행자금도 대거 몰렸다. 개발상들은 정부로부터 구입한 토지(사용권)를 담보로 은행돈을 빌려 개발했고,구매자들은 주택가격의 최고 80%에 이르는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집을 샀다. 아파트 가격의 75% 정도가 은행 돈이다. 여기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노린 해외 투기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중국 아파트 가격은 이미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났다. 중국 35개 주요 도시의 연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약 11.6 대 1.적정 수준으로 여겨지는 3∼6 대 1의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부동산시장 버블' 논쟁이 제기된 것은 당연하다. 멍판차오 난징항공대 교수는 "도시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다"며 "부동산시장의 자금순환에 차질이 생긴다면 중국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의 시각은 더욱 냉혹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상하이의 고급 주택 중 6분의 1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이라며 "중국 부동산의 공실률은 이미 국제 경계선을 초과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킬 수도 없다는 데 중국정부의 고민이 있다. 가격 급락은 부동산시장의 자금흐름을 차단,그렇지 않아도 부실채권으로 궁지에 몰린 은행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추이를 봐가며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정부의 대책이라면 대책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