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화물선이 20일 오전 북한수역에서 침몰,선원 18명 중 일부가 실종됐으나 북한은 이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측에 바닷길을 열어 우리측 경비정이 선박 구조작업을 펼칠 수 있게 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떠나 중국 칭다오로 향하던 가림해운 소속 파이오니아나호(2천8백26t)가 북한수역인 강원도 저진 동북방 1백60마일 해상에서 침몰하기 시작한 시간은 이날 오전 5시50분. 곧바로 파이오니아나호의 조난신호 발신장치가 작동돼 오전 6시32분 해양경찰청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해양경찰청은 사고해역이 남한 선박이 갈 수 없는 북한수역이었기 때문에 우선 통일부를 통해 북한에 우리 경비함정과 항공기 투입 승인을 요청했다. 우리 해경과 같은 시각에 조난신호를 접한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오전 7시30분 경비함 3척을 현장에 급파,구조작업에 나섰고 일본 해상보안청 역시 경비함 1척을 출동시켰으나 기상악화로 2시간여만에 회항해야만 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해경은 오전 10시 북측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5천t급 경비함 삼봉호에 우선 사고 해역을 향해 출동토록 지시했다. 북방한계선 인근에 대기하고 있다가 북한수역 진입 승인이 떨어지는대로 사고 현장을 향하려는 계산에서였다. 낮 12시40분.판문점에서는 남북 연락관이 북측에 조난 사실을 알리고 북측 해역에 우리측 해경 경비함과 항공기의 진입을 요청했다. 오후 1시20분 북측은 '남측 해경 경비정의 북한해역 진입을 허용하고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사고 발생 6시간48분만이었다. 그 즉시 삼봉호는 4∼6m의 파고와 초속 15∼18m의 강풍에 맞서면서 전속력으로 항해했다. 삼봉호는 이날 오후 8시 사고 해역에 도착해 본격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밤이 늦은 데다 높은 파고와 강풍으로 인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사고 선박에는 한국인 9명과 베트남인 8명,중국동포 1명 등 18명이 승선했다. 이와 관련,서울에서 수신된 '러시아의 소리'방송은 이날 오후 9시께 러시아 선박이 사고 해역에서 10명의 선원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현재 사고해역에서 2척의 러시아 트랄선과 남한 경비함 1척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