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행위를 한 공인회계사에게 내려지는 '감사업무 참여 제한' 조치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권한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증선위는 이 같은 처분을 독자적으로 내릴 수 없고 단지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건의만 할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회계법인이나 회계사가 감사절차 소홀 등 위법 행위를 한 경우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16조 및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54조에 따라 직접 제재해온 증선위의 권한 범위를 좁게 해석한 것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창석 부장판사)는 20일 투자유가증권 평가에 대한 감사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증선위로부터 '감사업무 참여 제한 1년' 처분을 받은 공인회계사 김모씨(41)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감사보고서 감리결과 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감사업무 참여 제한은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54조에 따라 취해지는 조치로,이 규정에는 증선위가 할 수 있는 처분을 '1년 간 감사업무 참여 제한'이 아닌 '1년 간 감사업무 참여 제한 요구'라고 돼 있다"며 "'1년 간 감사업무 참여 제한' 조치는 증선위가 아닌 재경부 장관의 권한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외감법 16조에 따르면 회계사나 회계법인이 규정을 위반한 경우 증선위는 재경부 장관에게 해당 회계법인 및 소속 회계사에 대한 등록취소나 일정기간 업무 정지를 건의할 수 있다. 또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54조 2항은 증선위가 위법 행위를 한 회계사에 대해 '1년 간 감사업무 참여 제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누구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해 논란의 여지를 갖고 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소속인 김씨는 A사의 2001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적정의견'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가 "기본적인 감사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증선위로부터 '감사업무 참여 제한 1년'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