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들의 연두 기자회견을 통해 1년간의 정국운영 방향을 공개하면서 올해로 처리가 미뤄진 `개혁입법'의 운명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말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의 중재를 통해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과거사법을 처리하고,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가 어느정도까지 지켜질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9일 기자회견에서 "2월 임시국회는 `비상민생국회'가 되어야 하며 지난해처럼 정쟁법안으로 싸우기만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올해를 `민생을 살리는 무정쟁(無政爭)의 해'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보법 개폐여부 등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개혁법안에 대해 논의 자체를거부한 셈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지난해 정기국회를 마비시킨 이른바 개혁입법의 재추진에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임채정(林采正) 의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개혁입법 처리와 관련,기존의 여야 합의내용을 기초로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다른 의원들과 사회여론등을 광범위하게 청취한 뒤 이를 감안해 처리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이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포함해 여야 모두가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회생'이 돼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리하게 개혁입법을 추진해 여야간 정쟁이 재현될 경우 경제회생이라는 당면과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우려다. 또한 개혁입법 처리 문제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조차 의견통일이 되지 않은 상황도 당 지도부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게 된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와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수순과 시기, 전략 등의 문제에 관해 (당내에) 견해차가 있다"며 "많은 의원들과 대화를 해 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권 여당의 원내전략을 총괄할 원내대표에 중도성향을 지닌 정세균(丁世均) 의원의 단독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는 것도 여당이 개혁법안 처리에 `올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정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개혁입법 처리문제에 대해 "추후 공청회에서밝힐 것"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평소 중도적인 성향을 고려해볼때 2월 임시국회부터 개혁법안 처리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240시간 의원총회' 등 개혁입법 처리운동을 주도한 재야파와 개혁당파가 4.2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합류할 경우 정체성 정립 차원에서 개혁입법 처리가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야파를 대표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개혁을 하지않으면서 경제에만 치중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해말 여야 협의에 따라2월 임시국회에서 개혁입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