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복학생 K씨(26)는 새해부터 금연을 결심했다. K씨는 "갑당2천원과 2천5백원은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 다르다"며 "능력없으면 끊으라는 말이 이젠 농담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의 한 편의점 주인인 박기정씨는 "최악의 불황탓인지 한때 소비경기를 주도했던 젊은층까지 지갑을 열지 않은데다 '웰빙'바람까지 겹쳐 올 금연바람은 심상치않다"며 걱정했다. 담뱃값이 올라도 흡연인구는 여전할 것으로 보고 세수를 올려 잡아놓은 지방자치단체들은 당황하고 있다. 한편 성인층의 금연바람을 타고 청소년들의 흡연도 줄어 지난해 전국 중·고등학생 흡연율이 각각 2.4%,15.9%로 지난 9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16일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발표했다. ◆떨어지는 판매량=1천9백여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LG유통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하루 평균 담배 판매량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12% 떨어졌다. 지난 2002년 2월 담뱃값 인상 때의 경우 초기 1주일간의 평균 판매량이 인상 전보다 9% 줄었다. 담배 판매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대학가. 서울 신촌 한 편의점(LG25)의 경우 작년까진 하루 평균 8백65갑씩 팔렸으나 올 들어선 7백44갑으로 판매량이 격감했다. LG유통의 김일진 대리는 "여의도 등 오피스 밀집지역의 판매가 많이 줄었다"면서 "담뱃값까지 아껴야 할 정도로 지갑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금연운동 바람=기업이나 대학들도 금연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일부 부서의 경우 담배를 피우다 걸린 '현행범'이 아니더라도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담배나 라이터를 갖고만 있어도,옷에서 담배 냄새만 나도 5천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교육업체인 천재교육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경우.1년 동안 직원들에게 금연 지원비를 지급하고 금연 보조제도 회사 비용으로 사 준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최대 6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대학들도 강도 높은 금연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남 김해에 있는 인제대가 대학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강남대도 강의동에서의 흡연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담배인심도 박해져=담배 인심은 갈수록 박해지고 있다. '장초'를 버리는 '간 큰' 흡연자도 줄었다. E1가스에 다니는 K씨(28)는 "담배를 빌려가는 사람이 배는 많아졌다"며 "인심쓰다보면 한갑이 한나절이면 없어진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생인 C씨(28)는 "요즘은 담배를 끝까지 피우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