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 척도를 최고 100으로 했을 때 콜린파월 국무장관은 60 혹은 65, 파월 장관 자리를 이어받을 콘돌리자 라이스 지명자는80-90 사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라이스 지명자와 같은 80-90 사이. 딕 체니 부통령은 90대. AP통신에 따르면 파월 장관 스스로 매겼다는 보수성 점수다. 이에서 보듯 파월장관의 조지 부시 행정부 1기 재임중 주 대립 전선은 체니 부통령과 사이에 그어졌다. AP는 15일 퇴임을 눈앞에 둔 파월 장관의 부시 1기 행정부내 역할을 되돌아 보면서 파월 장관이 다른 외교안보 수뇌들에 비해 "직책만큼 영향력이 없었다"고 묘사하고 그 원인을 이념 차이에서 찾았다. 파월 장관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들 고위인사에 비해 진보적임을 시인하면서 "나는 틀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말하자면 `코드'가 안맞는다는 뜻이다. 파월 장관은 퇴임하지만, 파월 장관과 주로 대립했던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장관, 라이스 지명자는 남아 있으므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남는 인사들의 성향. 라이스 지명자는 파월 장관이 매긴 점수상으론 파월 장관보다 체니 부통령에 가깝다. 하지만, 파월 장관은 12일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과 인터뷰에서 "라이스 지명자는 재능있는 외교전문가"라며 "유럽 문제에 경험이 풍부하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국제문제 전 분야에 걸쳐 큰 경험을 쌓은 만큼 굉장한 국무장관이 될 것"이라고평가했다. 체니 부통령에 대한 파월 장관의 최근 평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봅 우드워드의 책 `공격 계획'에 보면, 체니 부통령이 이라크전에 앞서 이라크와 알 카에다간 연계 증거를 파월 장관에게 제시한 데 대해 파월 장관이 "웃기는 수준도 안된다"고 일축하는 장면이 나온다. 체니 부통령은 부통령으로선 극히 이례적으로 유럽, 중동, 중국, 그리고 다른지역에 대해서도 전문가 보좌진을 갖추고 국가안보보장회의(NSC) 대체 역할을 했다. 그는 대북 문제에도 적극 개입, 2003년 12월 북핵 6자회담 준비를 하고 있을 때국무부가 제안한 것보다 강경한 노선을 취하도록 했다. 체니 부통령은 행정부 서열2위로 파월 장관에게 지시할 수 있었고 실제 그렇게 했다고 AP는 지적했다. 부시 2기 외교안보팀은 체니 부통령, 라이스 국무장관,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구성돼 1기 때와 같은 내부 갈등과 대립이 없을 것이라는 게미 언론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라이스 지명자나 로버트 졸릭 부장관 내정자가 파월 장관이나 나와 매우 유사한 정책과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리처드 아미티지국무부 부장관의 견해도 있다.(14일 NPR 인터뷰) 한 외교소식통도 "파월 장관이 있을 때는 라이스 지명자의 성향이 체니 부통령에 가까왔던 게 사실이나, 파월 장관이 없으면 라이스 지명자가 파월 장관의 위치에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념 못지 않게 체니 부통령과 라이스 지명자 두 사람의 부시 대통령과 관계 정립도 주목된다. 체니 부통령은 차기 야심을 가질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2기에서도 부시 대통령과 더욱 돈독한 동반관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미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고, 라이스 지명자 역시 부시 대통령의 `직장 반려자(work wife)'라는 말을 듣는 관계다. 파월 장관의 평가나 아미티지 부장관의 기대대로 돼 라이스 지명자와 졸릭 부장관 내정자가 체니 부통령과 전선을 형성하게 된다면, 부시 대통령은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 부시 대통령과 40년 지기인 로랜드 벳 츠는 14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은 9.11조사위 활동 때 `체니 부통령이 사실상 국정을 운영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우려하면서 자신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