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ㆍ해일로 러시아정부의 무기 판매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이 재난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인도네시아와 지난해 체결한 전투기 공급 계약이 보류 위기에 놓였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14일 인도네시아 공군이 쓰나미 피해 복구에 예산이 많이 지출돼 무기 구매 계약에 대한 연기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발표한 러시아제 수호이 전투기구입 계약을 사실상 취소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쓰나미 발생 이틀 전, 수호이 전투기 8대 이상을 구입하기위해 의회에 예산 요청까지 했지만 현재 철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러시아 국방부의 한 간부도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공군의 구매 물량은 최소 수호이 6대 등 8억9천만달러에 달하지만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쓰나미 피해가 수호이와 전투 헬기를 판매하려는 사전 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도 태국이 미국산 F-5기를 대체할 전투기로 수호이대신에 영국-스웨덴 합작사의 기종을 선택하는 바람에 '쓴맛'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도 쓰나미로 러시아가 무기 판매에서 입을 손실이 15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하일 벨르이 자카르타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거래 취소에 대한 공식 통보를 받지 않았다"면서 "피해 복구로 인해 계약 이행이 일시중단될 수는 있지만 수출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