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 적자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적자 축소를 위한 미국의 전방위적 통상 및 통화절상 압력이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또 새해 들어 반짝 반등했던 달러가 한 단계 '레벨다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미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중 미국의 무역적자가 6백3억달러를 기록,사상 최대치였던 전달의 5백60억달러보다 7.7%(43억달러) 늘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무려 50.8%(2백3억달러) 확대된 것이다. 당초 이코노미스트들은 5백40억달러 안팎으로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적자가 확대된 것은 원유,소비재 수입이 증가한 반면 수출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해 총 무역적자는 2003년의 4천9백65억달러보다 1천억달러가량 늘어난 6천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대중국 적자는 1천4백77억달러로 전체 무역 적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무역 적자 확대로 경제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JP모건은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전망치(연율 기준)를 종전 4%에서 3.5%로 수정했다. ◆달러 급락세로=12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유로에 대해 전일보다 0.0147달러(1.12%) 떨어진 유로당 1.3256달러에 마감됐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급락,달러당 1백2.45엔으로 전일보다 0.88엔(0.85%) 내렸다. 이에 따라 달러화는 지난 주말에 비해 유로에 대해서는 1.5%,엔화에 대해서는 2.2% 각각 하락했다. JP모건의 외환전략가 폴 메기예시는 "지난 3년간 달러 하락을 촉발한 요인들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달러가 하락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 절하의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J커브'효과를 인용,시간이 흐르면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하기도 했다. ◆미국 혼자 적자 축소 어렵다=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12일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7개국(G7)이 나설 때가 됐으며 내달 4일 런던에서 열리는 G7회의 때 협력을 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젠 미국만의 노력으로는 곤란하며 유럽과 일본이 더 많은 미국 상품을 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럽중앙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오트마 이싱은 "유로화는 상당폭 절상된 만큼 환율 문제의 열쇠는 이제 아시아로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다우존스 뉴스도 페그제를 실시 중인 중국과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덜 오른 아시아 주요 무역국들이 통화절상 압력을 크게 받게 됐다고 전했다. 뱅크오브뉴욕의 마이클 울폴크는 "G7 회의가 선진국간,그리고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의 골을 키울지,환율 ·교역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