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국내 개봉된 일본 영화로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23일 개봉된 이 작품은 13일까지 전국 관객 2백30만명을 동원해 종전 일본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들였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기록(2백1만명·2002년)을 넘어섰다. 이는 그동안 일본 영화를 외면했던 국내 관객들이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관련,일본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 개봉된 일본 영화들로는 멜로물 '러브레터'(1백20만명·1999년)와 공포물 '주온'(1백4만명·2004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하울의…' 흥행 성공은 아동용으로 인식돼 온 애니메이션의 품질을 높여 성인 관객을 끌어들인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사랑 이야기를 가미했고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일본 스타 기무라 다쿠야를 하울의 목소리를 담당하는 성우로 기용한 것도 흥행에 한몫 했다. 또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해적판이 거의 나돌지 않은 것도 흥행 요인으로 풀이된다. 수입사인 대원C&A홀딩스 관계자는 "관객 추이를 고려하면 이번주 중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렉'(2백40만명)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애니메이션부문 국내 흥행 1위인 '슈렉2'(3백20만명)에 이어 2위에 랭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