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예비 당권주자들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임시 지도부를 이끄는 임채정(林采正) 의장이 "우리당에는 계파가 없다"고 선언한 것을 무색케하듯 하루가 멀다 하고 각 계파간 모임이 열리고 있고, 내부 논의의밀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세균(丁世均) 의원을 둘러싼 당내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에 맞서 경선 출마를 검토했던 재야파 중진 장영달(張永達) 의원이 13일 4.2 전당대회 출마로 선회한 것이 당권경쟁의 `속도분기점'이 된 듯한 양상이다. 장 의원은 이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국민정치연구회 회원들과 대책회의를가진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작업은 전당대회를 통해 보다 더 본질적이고 광범위하게 실현될 수 있다"며 당의장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장 의원의 선택은 `천.신.정'으로 상징되던 당권파가 과거사법과 국가보안법 등개혁입법 파동 속에 퇴조하는 등 당내 역학구도 변화에 따른 예고된 귀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재야파가 국보법 파동을 거치면서 개혁당파 등 당내 진보개혁 진영과 정신적 연대를 구축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노직계의 좌장격인 문희상(文喜相) 의원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빠르면 내달 설 연휴 전에 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해 당권에 뜻이 있음을 시사한뒤 "오늘부터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다 만나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이 전대 출마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임시 지도부 출범 후 한명숙(韓明淑)의원의 전대 불출마설과 맞물려 당 안팎에서 제기돼온 `문희상 대세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염동연(廉東淵) 의원과 김혁규(金爀珪) 의원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염 의원은 "현행 당헌대로 지도부가 2년간 유지되면 국민 속에서 살아있는 정당이 될 수 없다"며 지도부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하는 문제를 민주당과의 합당론과 함께 공약으로 제시할 뜻임을 밝혔다. 의정연구센터 소속 의원들과 함께 7박8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김혁규 의원도 방중 기간 이광재(李光宰) 서갑원(徐甲源) 이화영(李華泳) 의원 등노 대통령의 386 측근들과 모임을 갖고 자신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측근에게 "일이 아주 잘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내부적으로 진전된 논의가 있었는지 주목된다. 또 전대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신기남(辛基南) 전 의장과 개혁당파의 리더인 유시민(柳時敏)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캠프를 긴장시키고 있다. 신 전 의장은 이번 전대가 명예회복의 적기라고 보고 출마결심을 굳힌 것으로알려졌고, 유 의원도 12일 서울시당 강연에서 "당원중심의 정당건설이 저의 모든 목표이고, 이런 목표실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해 출마가능성에 문을 열어놨다. 전날 밤 열린 참여정치연구회 이사회에서도 유기홍(柳基洪) 이광철(李光喆)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당원협의회 및 중앙위원 경선 등 전대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