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이 100여대 1에 이르는 바늘구멍을 뚫고입사한 각 은행의 예비행원들이 보람되지만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군대생활을 방불케하는 무박 2일의 행군이나 해병대 체험 등 극기훈련은 기본이됐고 한자능력검정시험 등 새로운 도전과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조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강화된 신입행원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연수가 진행중인 곳은 국민, 우리, 제일, 신한, 하나, 산업, 기업, 수출입은행 등이다. 특히 국민은행이 연수기간을 종전 6주에서 7주로 늘리는 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대체로 12월중이나 1월부터 시작해 1∼2월중에 종료되지만 하나은행의 경우 이미 작년 11월부터 온라인 업무학습을 비롯한 입문전 교육을 실시해왔다. ◆기본이 된 극기훈련 이달 3일부터 7주간의 일정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136명의 신입행원들에게 서해안에서 천안연수원까지 무박 2일로 밤새도록 86㎞를 걷도록 하는 행군프로그램을 새로 마련했다. 기업은행 신입행원 144명은 경기 기흥연수원에서 서울 을지로 본점까지 역시 무박2일로 50㎞를 걷는 `새내기 첫걸음' 훈련을 거쳐야 한다. 제일은행 신입행원 43명은 이미 지난 6∼8일 해병대 캠프에서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거쳤다. 신한은행 신입행원 201명도 오는 1월말부터 무박 2일로 오대산을 종주할 예정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가장 무시무시한 프로그램은 `정독'이다. 이 프로그램은 신입행원들이 태권도 기마자세로 3시간 동안 A4용지에 적힌 도산안창호 선생의 `주인정신'이라는 글을 목이 터져라 읽도록 하는 것으로 이 글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육체적 고통까지 이겨내라는 정신훈련인 셈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못 견디고 그만 둔 예비행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이색 프로그램 국민은행은 연수 말미인 2월중에 홍보CF, 신상품 등 부여받은 과제를 발표하도록 하는 과정을 마련했으며 연수중에 배운 내용을 재미있게 겨뤄볼 수 있도록 `도전퀴즈왕'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연수원안에 영업점 창구를 본떠 만든 공간을 설치, 신입행원들이 고객과 직원의 역할을 나눠맡아 해보도록 한다. 수출입은행은 아직까지 은행업무에 한자가 필요한 만큼 신입행원들에게 최소한한자능력검정시험 4급을 4개월내에 따도록 하고 있어 외국대학 출신인 5명은 연수도중 틈틈이 한자실력을 쌓느라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1년 사이에 3번의 연수를 실시할 정도로 장기간의 교육프로그램을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현재 진행중인 첫 연수에서는 업무교육과 함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배치될 때 필요한 교양과 매너 쌓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은행 신입행원들은 오는 21일까지의 연수기간에 뮤지컬 관람, 와인강좌 청취는 물론 호텔에서 식사를 하면서 테이블 매너 익히기 등의 과정을 거친다. 수출입은행에 이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신입행원들이 선진 금융기관 견학이나 시장조사 등 경험을 쌓도록 중국이나 홍콩 등 해외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대부분 은행들은 양로원 등에서 봉사활동 경험도 쌓도록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