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나선원씨(35)는 지난해 9월 추석연휴 때 고교동창 4명과 의기투합해 4박5일간 태국으로 '부부동반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 전남 담양에 있는 부친 산소에 들러 미리 차례를 지냈다. 나씨처럼 추석연휴를 해외에서 즐기려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작년 추석연휴 항공권은 대부분 매진됐다.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동남아 항공 편수를 30여편이나 늘리고,여객기도 대형 항공기를 투입하는 등 비상조치까지 단행했다. 이처럼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가 처음으로 9백만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법무부는 작년 출국자 수가 9백13만9천3백14명에 달해 지난 2003년보다 23.7% 증가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95년 4백만명을 넘어선 지 10년 만에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국민 5명당 1명꼴로 해외에 나간 셈이다. 행선국 별로는 중국이 2백34만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 1백73만여명,태국 75만여명,미국 70만여명의 순이었다. 특히 중국과 태국으로 출국한 사람이 2003년에 비해 각각 48.8%,31.1% 증가했다. 출국 목적별로는 관광·시찰 명목이 4백67만여명으로 전체의 52%가량을 차지,전년에 비해 37%가량 증가한 반면 이민 목적 출국자는 8천5백여명으로 19% 감소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동남아지역을 휩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여파로 위축됐던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해외 출국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외국인 입국자 수도 '한류 열풍'에 힘입어 전년에 비해 23.5% 늘어난 5백75만여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러나 입국 인원이 내국인 출국자 수의 약 63%에 불과해 관광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여행수지 적자폭은 3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적별로는 일본인 입국자가 2백42만여명으로 가장 많았고,미국 57만여명,중국 41만여명,대만 33만여명 순이었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해 출국자 수는 1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다음달 설연휴 해외골프 상품의 경우 주요 행선지는 이미 예약이 끝났다. 특히 중국 하이난(海南)도나 일본 미야자키,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는 각 여행사에 좌석을 분배해 띄우는 특별 전세기 상품마저 마감된 상태다. 하나투어 골프나라 이현미씨는 "2월5∼9일에는 대부분의 패키지 상품에서 빈 자리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평소 80만∼90만원 하던 하이난도 상품의 경우 연휴기간 비행기 탑승료 상승으로 가격이 1백39만원으로 올라가는 데도 연휴 마지막 날에나 약간의 여유 좌석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