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경험이 없는 톱가수를 드라마의 주연으로출연시키는 것은 양날의 칼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일단 스타 기근 현상이 심각한방송계 현실에서 스타가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홍보효과를 누릴수 있다. 100m 달리기라면 남들보다 10~20m 앞서서 출발하는 셈이다. 하지만 위험 요소도 많다. 톱가수에서 하루아침에 신인 연기자가 된 이가 연기력을 쌓아야하고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도 적응하면서 동시에 스토리도 이끌어야하는일인다역을 무리없이 소화해야하기 때문이다. 톱스타 이효리의 연기 데뷔작으로 이런 주위의 관심을 받고 있는 SBS TV 드라마`세잎 클로버'(극본 정현정ㆍ조현경, 연출 장용우)가 17일 첫 방송한다.11일 종영한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후속작이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장 PD는 톱가수 출신을 주인공으로 기용하는 데에 대한 부담을 드러낸 바 있다. "배우 경험이 없는 이(이효리)를 캐스팅하지 않으려 했다. 그럴 용기와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말은 "이효리를 직접 만나본 후 가능성을 느꼈다. 지금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꺼내기 위한 전제였다. 하지만 결국 연출자가 이효리라는 존재에 대한 부담감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이런 주위 시선을 잘 아는 듯한 이효리는 "`가수하다가 왔다'는 이미지를 벗기위해 애쓰고 있다. 연기 연습과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리는 극중에서 공장 노동자 강진아 역을 맡았다. 전과 이력이 있는 강진아는 가출한 어머니와 자살한 아버지를 둔 그야말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인물.하지만 이런 역경에도 꿋꿋하고 발랄하게 살기 위해 애쓴다. 평소 털털한 성격의 이효리가 화려함 대신 소탈한 캐릭터를 데뷔역으로 선택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연기자로서는 신인인 만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역을 선택해 위험 부담을 던 셈이다. 이효리의 상대역인 중소기업 사장 류세형 역의 류진도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귀공자풍의 단정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류진은 드라마 초반 긴 머리와 수염에 롱코트까지 걸친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스타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효리가 다니는 공장의 회사 사장으로 취임하게 되는 류진은 이효리와 멜로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비중있는 조연도 드라마의 무게 중심을 잡아 줄 것으로 보인다. 미니시리즈 주인공 출신인 김정화(KBS 2TV `백설공주')와 김강우(MBC TV `나는 달린다')가 투입돼이효리ㆍ류진 커플과 얽힌다. 마케팅 홍보 전문가인 김정화는 류진의 결혼상대자 박연희로 등장하며, 인터넷 방송 DJ 윤성우 역을 맡은 김강우는 어릴 때부터 이효리의곁을 지켜주는 인물이다. 한편 장 PD는 이 드라마가 공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노동자에게 헌사를 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고달픈 삶을 사는이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뿐"이라며 "노동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만드는 드라마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 PD는 그동안 MBC '복수혈전', '왕초', '호텔리어'와 SBS '선녀와 사기꾼' 등을 연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