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SCB의 제일은행 인수,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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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50여개국에 5백여개의 지점망을 갖춘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제일은행의 새 주인이 됐다. 지난해 세계 최대인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했고,이번 제일은행 인수경쟁에서 탈락한 세계 2위인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고 보면 우리나라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은행들의 각축장이 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금융산업의 변화추이에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막강한 자본력과 선진금융기법을 겸비한 외국은행들의 진출은 우리 금융산업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제일은행의 주인이 투기성펀드에서 세계적인 은행으로 바뀐 것도 그런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우리나라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정책 구상과도 맞는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 이같은 거대 은행들이 대거 진출할 경우 국내 은행들은 생존 자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어 여간 걱정되는 바가 아니다.
국내 은행장들의 신년사가 온통 '금융전쟁을 앞둔 다짐'들이었다는 것만 봐도 이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어느정도인지 알수 있다.
외국계와의 전쟁에서 밀리면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금융산업의 기반마저 흔들리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들은 외국계와 맞설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은행들이 생사를 건 수익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업 대출을 크게 줄이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외국계 은행들이 기업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이익을 낼수 있는 가계대출 위주의 경영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SCB 아시아대표의 첫마디가 "주택담보대출 등 소매금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도 그런 우려를 더해준다.
은행의 역할이 자금 중개뿐 아니라 기업들의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을 위한 자금 공급을 통해 성장의 촉매 기능을 해야 한다는 점은 국내은행이나 외국은행이 결코 다를수 없다.
경제가 성장해야 은행들의 영업기반도 커진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기업금융 강화는 장기적인 수지개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따라서 은행 스스로 그런 기능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감독당국도 은행 자금이 가급적 기업대출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제도 개선을 비롯 각종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