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제주도와 울릉도, 서해안 일부 지역을제외하고 눈 다운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지역에 함박눈이 잠시 내리긴 했지만 이내 흔적도 없이 녹아 뭇사람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올 겨울 서울 지역 총 적설량은 불과 0.2cm. 지난해에는 1월20일까지 13cm가 넘는 눈이 내린 데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11월26일 올 겨울들어 서울에 첫눈이 오긴 했지만 비와 섞여 내려 28㎜의 강수량만 기록했다. 강원도 곳곳에서 열릴 예정인 눈꽃 축제는 적은 적설량 탓에 관광객들의 눈길을끌지 못하고 있고 일부 여행사들은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눈으로 인한 교통대란도 아직 없었고 빙판길 교통 사고도 예년보다 줄어들어 눈길 사고 없는 `안전한' 겨울을 나는 것은 다행이라는 안도의 목소리도 나온다. ◆ 서울 교통통제 `제로'= 경찰에 따르면 매년 눈이 내릴 때마다 통제되는 인왕산길, 북악산길, 내부순환도로 길음ㆍ월곡 상향램프 등 상습 통제 구간이 올 겨울에는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통제되지 않았다. 매년 겨울 한 두 차례 이상은 기습 폭설로 통제가 되곤 했지만 올 해에는 눈이내리지 않아 도로를 막을 필요가 없었던 것. 제설작업에 쓰이는 염화칼슘도 올 겨울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서울시 제설대책본부는 지금까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날 10번 정도 비상근무를 했지만 실제 눈은 2번 밖에 내리지 않았고 그마저도 잠깐 내리다 말아 제설작업을 할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그러나 "보통 1월 중순 이후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아직안심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에도 가장 큰 눈은 3월에 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 눈 없는 눈꽃 축제장 `고민'= 국내외 겨울 여행을 주선하고 있는 H여행사는인터넷에 무주 덕유산, 용평 리조트, 대둔산 등 3곳의 눈꽃 축제 광고를 내걸었지만덕유산과 대둔산의 광고를 일단 내렸다. 현지에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만큼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아 자칫 관광을 망칠 수도 있어 아예 상품 판매를 당분간 중단한 것. 속초시도 이달 하순 설악산 일대와 속초시 노학동 등에서 열릴 눈꽃 축제를 앞두고 있지만 통 눈이 내리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이번 겨울 적설량이 0.3㎝에 그친 태백 지역도 22~30일 열리는 눈조각 경연대회와 눈썰매타기 등 행사가 모두 인공눈으로 펼쳐지게 돼 겨울 축제다운 분위기를 살리기 어렵게 됐다. 태백시는 지난달부터 눈 가뭄에 대비, 눈조각 경영대회 등을 위한 인공눈 만들기에 본격 나서는 등 고육지책을 마련했지만 행사장 일대 계곡물마저 바싹 말라붙어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그러나 경기도, 강원도의 스키장과 눈썰매장들의 고민은 덜한 편이다. 스키와눈썰매를 타는 데에는 충분히 다져진 눈이 필요한데 인공눈이 자연눈보다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서울랜드 눈썰매장 관계자는 "스키장이나 눈썰매장은 자연눈보다 인공눈이 더적합하며 인공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추운 날씨가 계속돼 오히려 썰매장 운영은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1월10일께까지 눈이 별로 오지 않다가 중순부터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며 "영동 산간 지역에는 1월 중순부터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눈꽃축제를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