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평균 4백만원 이상을 버는 중·상층 소비자들이 조금씩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머지 계층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전체 소비자 기대지수는 4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예전보다 수입이 줄었음에도 노후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저축을 늘리는 가구는 오히려 증가,당분간 소비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소비자전망 조사'에 따르면 월 평균소득 4백만원 이상 중·상층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 달 93.1을 기록,한 달 전(88.7)에 비해 4.4포인트 오르며 3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월 평균 소득 3백만∼3백90만원에 속하는 계층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이 기간동안 91.6에서 87.7로 떨어졌고 △2백만∼2백99만원(88.7→87.1) △1백만∼1백99만원(84.8→82.7) △1백만원 미만(80.4→77.1) 등 나머지 소득계층의 소비심리도 모두 전달에 비해 악화됐다. 이로 인해 전체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 달 85.1로 전월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0년 12월(82.2) 이후 4년만의 최저치이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86.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 기대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6개월 후의 경기나 생활형편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가구가 더 많다는 뜻이다.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이와 함께 1년 전과 비교해 현재 가계수입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가계수입 평가지수는 80.8로 전월(81.1)보다 소폭 떨어져 살림살이가 더욱 빠듯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1년 전보다 수입이 늘었다고 응답한 가구의 비중은 14.0%로 전달보다 1%포인트 줄었으며 수입이 감소했다는 가구의 비중은 39.5%로 0.2%포인트 늘었다. 이처럼 가계수입은 줄었지만 6개월 전보다 저축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가구의 비중은 14.0%로 전월보다 오히려 1.2%포인트 높아졌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날 '노후불안과 소비부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중산층 이상의 소비 자제로 이어지면서 사상 최장의 소비침체를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소비자태도 조사'에 따르면 86.3%의 가구가 노후 대비를 위해 현재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월평균 소득의 10% 이상을 노후대비에 사용하는 가구가 전체의 4분의 1에 달했고 노후대비 지출이 소득의 30%가 넘는다고 응답한 가구도 3.2%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