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요 정당들이 정초부터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당의장, 원내대표 등 지도부 사퇴로 당무 마비상태에 놓여있고 제 1야당인 한나라당도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의 `외국방문'과 사의를 표명한 일부 당직자들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당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4일에는 각각 당 회의 일정조차 잡지 않아 영등포와 염창동 당사에는 사무처 당직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뿐으로, 활기찬 새출발을 다짐했던 전날 시무식 분위기와는 대조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지도부의 일괄사퇴에 따라 정상적인 당무가 중지된 상태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을 비롯해 이미경(李美卿) 김혁규(金爀珪) 한명숙(韓明淑)상임중앙위원이 사퇴해 당무 집행기구인 상임중앙위원회가 해체됐고, 중진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로 이용됐던 기획자문회의도 자진 해산했다. 하루에 1~2차례씩 열리던 각종 회의 준비가 임무인 당직자들도 손을 놓은 상태다. 아무런 공식 회의도 열리지 않고 있는 당내 상황과는 달리 당 밖에서는 비대위구성을 앞두고 각 계파들의 비공식 모임이 활발하게 열려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재야파들의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는 오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모여 비대위구성과 원내대표 경선 문제 등을 논의했고, 구(舊) 당권파가 주축이 된 바른정치모임과 중도파들의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도 긴급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의원은 "현재 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당권경쟁을 위한 각계파의 활동만 부각돼 국민 보기가 부끄럽다"라며 "비대위가 구성되면 빨리 민생경제와 관련된 태스크포스라도 구성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당직개편을 유보해 놓기는 했지만 한나라당도 사정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2차례씩 열리는 주요당직자회의 주재권자인 김덕룡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 실시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이집트 등 아프리카 방문을 위해 이날 오후 출국하는 관계로 오전 주요당직자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16일까지 아프리카 3개국 의회 시찰 등을 위해 남경필(南景弼)원내수석부대표, 유기준(兪棋濬) 원내부대표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이날 오후 출국한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도 1일 지역구인 대구에 내려가 4일 저녁에야 상경할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 일각에선 원내사령탑이 특별히 중요한 `의원외교'도 아닌 아프리카 의회 시찰 등을 명목으로 열흘 이상 국내를 비우는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던 보수성향의 이방호(李方鎬) 의원은 "1월 중순이나 돼야 당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꼬집은뒤 "김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는잠복돼 있을 뿐 귀국하면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고일환기자 jjy@yna.co.kr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