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현대차, SK 등 주요기업들은 3일 신년하례식을 겸한 시무식을 갖고 을유년(乙酉年)의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주요 기업들은 올해 경기 전망이 어둡지만 위기를 기회로 돌려 공격적인 투자를지속, 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는 각오로 2005년의 닻을 올렸으며 일부는 비상경영 선포를 통해 긴장의 강도를 높였다. 재도약을 위한 실행 코드로 `혁신'을 강조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도 이날 새해 업무를 시작하며 경영환경 악화 극복,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반기업 정소 해소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초일류로 도약 = 삼성그룹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이건희 회장과 각사 사장단, 재경지역 임원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하례식을갖고 초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이 회장은 '신년영상물' 형태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진정한 일류기업은 불황에 더 빛을 발한다"고 강조한 뒤 '세계 초일류 기업 달성'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약 400여명과 함께 새해인사 모임을 갖고 "LG의 차별화된 전략 부재와 타성에 젖은 경영방식은 `일등 LG'로 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각심을 높였다. 그는 "3년 전 `일등 LG'를 천명한 후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환경 변화에흔들리는 사업이 많고 LG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사업 육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올해 LCD 업계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예상된다"며 " 양과 질에서 확실한 1위 자리에오르자"고 강조했다.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GS는 아직 그룹이 본격 출범하지 않은 만큼 그룹 차원의시무식은 별도로 갖지 않고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갖고 새해 업무에 들어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 시무식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연구.개발(R&D) 3조2천억원, 시설투자 3조5천600억원 등 모두 6조7천600억원으로 작년보다 23.8% 확대할 방침이라며 공격적 경영 의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이제까지는 `글로벌 톱5'라는 양적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맞는 품질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과 혁신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면서 `고객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Humanity)을 중.장기 비전으로, `세계 초일류, 고객행복, 변혁.도전'을 3대 핵심 과제로 각각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교례회에서 가진 신년사를 통해 △`SK밸류' 재무장을통한 강한 기업 추구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시스템 구축을 통한 신뢰 회복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기업문화 정착 등 올해 3대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경쟁력 강화, 생산성 향상을 통해 매년 매출 10% 증가, 비용 10% 절감, 생산성 10% 제고를 이뤄내야 한다"며 `10-10-10'가치경영을 강조한 뒤 올해 `리딩 글로벌 항공사' 반열에 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당초 신년사 원고에 없는 `금연'을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현대그룹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물류,기계 및 제조, 금융, 남북경협사업 등 우리의 핵심사업을 반드시 세계 일등으로 키워나가야 한다"며 "지금은 2등에서 벗어나 1등을 향해 도전하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내실경영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경식 CJ 회장은 "앞으로 제조,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타기업이 추종할 수없는 기술 우위의 핵심역량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의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글로벌화를 통한 세계 일류 기업 도약이 우리의 진로"라고 강조했다. ◆혁신으로 `무장' =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전세계적인 경쟁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성장과 혁신'을 위한 노력은 올바른 선택이었지만 더 빨리,더 알차게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의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더 빠른 성장과더 알찬 혁신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지난 1일 임원들과의 신년하례식에서 "화섬산업의 현주소는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과거를 면밀히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아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뉴스타트의 결의와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동수 LG칼텍스정유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획기적인 가치창출'과 `조직역량강화', `새로운 CI의 조기정착' 등 3가지로 정하고 이를 위한 5대 중점 실행전략을발표했다. 제일모직 제진훈 사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혁신기업으로 변화 △성장기반 구축△소싱능력 확보 등 3대 경영방침을 밝히고 "혁신기업이란 '미완(未完)의 아이디어를 가능성 있는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는 회사'로 경쟁력이 없는프로세스를 모두 폐기, 글로벌 우수 인력을 과감히 수혈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향후 그룹 경영을 소재, 화학, 건설.운송, 금융 등 4개 사업분야로 나누고 산하에 별도 법인 및 사업부문을 설치, 자율.책임경영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상경영 선포 =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이날 `비상경영체제'로의 돌입을선언하고 올해를 새로운 도약을 위한 `턴어라운드(Turnaround)'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5개 주력계열사 사장 등으로 구성된 `그룹운영위원회'를 신설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올해 4%대의 낮은 경제성장률, 지속적 내수침체,고유가, 국제금리의 점진적 인상, 중국 위안화 강세 유지 등으로 국내외 경영환경은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조선업계의 위기감도 높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전달한신년사에서 "올해는 그동안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가될 것"이라면서 "엄청나게 오른 자재비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원화 환율의영향으로 순이익은 작년에 훨씬 못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별도의 시무식 없이 김징완 사장의 신년사를 사내 방송하는것으로 시무식을 대체했는데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 하반기 이후에는 선박 발주량의 감소도 예상된다"면서 "총체적인 원가절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원 롯데백화점 사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e-메일로 전달한 신년사에서 "올해경영환경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악화되고,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예상된다"며 "갈수록 치열한 대내외 환경에서 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뜻깊은 선물로 한 해 시작 = 현대건설은 시무식 대신 이지송 사장과 본부장들이 현관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맞으면서 덕담을 건네고 직접 빚은 떡과 복주머니를나눠주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효성그룹도 이날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떡을 돌리는 것으로 시무식을 대신했다. 삼성전기는 을유년 `닭의 해를 맞아' 강호문 사장 등 국내 사업장 전체 임원 60여명이 이날 오전 7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수원, 대전, 부산 사업장 각 출입문에서출근하는 임직원에게 비전 달성의 염원을 담은 달걀을 건넸다.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새롭게 도약하자'는 뜻에서 직접 채집하거나 지인으로부터 받은 네잎 클로버로 카드를 만들어 계열사 임원 100여명에게 선물했다. 한편 LG칼텍스정유 시무식 피날레에서는 지난달 입사한 신입사원 40여명이 나와그동안 준비한 탭댄스와 타악 퍼포먼스, 합창 등 `에너지 리더 기업'으로서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