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최근 정부가 내놓은 벤처활성화정책에 패자부활프로그램이 포함되면서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51)의 재기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황무지였던 초음파진단기기 분야를 개척한 데다 수년 간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내며 '벤처 코리아'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내놓은 '벤처 10대 아젠다'의 틀을 만드는데 이 전회장의 아이디어가 가미됐고 정부의 패자부활제 도입도 그와 같은 기술력있는 벤처기업인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AIST 전자공학박사 출신의 이 전 회장은 지난 85년 초음파진단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창업,국내 간판 벤처기업으로 키웠고 95년부터 2000년까지 벤처기업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메디슨은 매년 고성장하며 한때 연간 매출액이 2천억원에 달했으나 50여개 벤처기업에 8백억여원을 투자한 게 화근이 돼 2002년 1월 부도의 비운을 맛봤다.


현재 이 전 회장은 당뇨체크 모바일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피아의 경영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헬스피아는 혈당을 측정하고 당뇨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휴대폰 특수칩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이다.


직원은 7명에 불과하지만 휴대폰 당뇨측정분야 특허를 50건 이상 갖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언론과의 접촉은 완전히 끊은 상태다. 그러나 사업을 통한 재기의욕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헬스피아 사업에 관여하면서 KAIST 총동창회 회원들에게 "메디슨 부도 이후 동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과거 메디슨에서 추진했던 건강의료사업을 시대적 흐름에 맞춰 새로운 사업으로 준비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이를 업계에선 이 전 회장이 사업을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고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불모지에 벤처씨앗을 뿌린 이 전 회장의 재기여부는 새해 벤처업계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한편 메디슨은 2002년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영업강화와 자구노력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애쓰고 있다. 2003년 매출은 1천2백37억원(16억원 적자)이었으나 지난해 매출은 유럽 등 해외 법인들의 판매호조로 1천5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