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물리(物理)의 해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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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星來 < 한국외대 교수·과학사 >
올해는 국제연합(UN)이 정한 '물리(物理)의 해'다.
이미 지난해 11월 우리국회도 UN의 '2005년 국제 물리의 해'선포에 따른 행사 추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결의했다.
새삼스레 물리학이란 순수과학의 대표적 분야가 국가적,세계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 행사가 한국도 이공계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몇해전부터 세계 물리학자들의 노력으로 추진되어 온 이 행사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1백년을 기념,올해로 잡은 것이다.
2000년을 맞으며 '20세기 최고인물'로도 뽑힌 바 있던 아인슈타인은 1백년전인 1905년 한해동안 세 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수상대성이론,광전효과,브라운운동 등 3편은 모두 현대 물리학의 대표적 업적이다.
20대의 젊은이 아인슈타인(1879∼1955년)이 한꺼번에 발표한 이 업적만으로도 1905년은 그후 '기적의 해'라 불렸고 이번에 1백주년의 해가 '물리의 해'로 기념되기에 이른 것이다.
올한해 동안 국내에서 진행될 '물리의 해'행사를 검색해 보니 ①빛의 축전 ②과학대사 선발 ③아인슈타인 기념전시회(서울과학관)등 몇가지가 있다.
이들 행사는 모두 국제적으로 진행되는데 '빛의 축전'은 4월18일 아인슈타인사망 50주기를 맞아 미국 프린스턴에서 발사된 빛(레이저)이 많은 중계지를 거쳐 부산에 오고 그것이 동(대구)·서(광주) 두 갈래로 서울에 도착한 후 인천과 판문점을 거쳐 중국과 북한(예정)으로 넘어간다.
이 빛은 24시간안에 유럽과 대서양을 건너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프린스턴으로 돌아간다.
또 '과학대사'란 10∼18세까지의 한국청소년 60명 등 전세계 2천5명이 물리홍보 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한국의 행사를 보면 거의 물리학계의 잔치로 그치는 듯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얼핏 보아도 행사가 특이하다.
눈에 띄는 셋만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에라토스테네스 실험'이 있다.
먼 외국의 학생들이 서로 협력해 각각 자기 나라에서 그림자를 측정하게 하여 그 결과를 계산해 지구의 크기를 알아내는 실험이다.
원래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에라토스테네스는 그리스와 이집트에서의 그림자 길이가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실험하여 간단한 계산으로 지구 크기를 알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실험을 국제적으로 해보게 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외국 학생들과의 과학교류를 해보게 하는 일은 아주 재미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둘째 오는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미국과학진흥회의 연차회의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 분과의 발표 속에 아인슈타인의 역사적이고 철학적 위상에 대한 분과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만 부각시키고 있을 뿐, 그의 생각과 발견이 세상을 얼마나 크게 바꾸었던가를 청소년들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
유감스런 일이다.
최근 '과학동아'1월호는 설문조사를 통해 '상대성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12명뿐'이라는 오랜 신화를 잘못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마 그렇기는 할지 모른다.
아인슈타인을 이해하는 한국 청소년들은 제법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을 과학으로만 보급하려할 뿐이지 넓은 문화의 한 자락으로 연결해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뜻에서는 특히 미국과학진흥회의 개막행사에 있는 아인슈타인,페르미,큐리의 짝퉁(닮은사람)경연대회는 흥미롭다.
그리고 가을 오페라시즌이 되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이 '닥터 아토믹'을 무대에 올린다.
그 대본을 보지 못했지만 원자력 개발 과정 몇 10년 사이의 과학자들을 등장시킨 오페라인 듯하다.
과학을 자꾸만 밥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라고만 강조하는 것이 잘못이다.
과학은 진리와 아름다움의 추구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힘주어 소개해 젊은이들의 꿈을 북돋을 필요가 있다.
꿈을 먹고 사는 청춘의 힘을 지켜주고 살려줄 때 그것이 이 땅의 과학기술 발전에 진정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5 물리의 해'가 이 나라에서 그런 효과를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