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에게 듣는다] 판강(樊綱) 중국 국민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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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판강 국민경제연구소장은 "중국의 환율제 변화는 시기 문제"라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을 노리는 투기행위가 사라지면 중국 당국이 비교적 손쉽게 환율제를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판 소장은 "올해 중국 경제가 8.5% 성장할 것"이라며 "작년(2004년)보다 올해 거시조정의 강도가 높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이 거시조정을 통해 연착륙을 하고 있는 게 한국 경제에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 대담 = 오광진 베이징 특파원 ]
-위안화 평가절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국 정부가 단행할까요.
"환율은 단순한 거시조정수단이 아닙니다.
국제경제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지요.
최근들어 달러가 약세를 띠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달러화에 고정된 중국 환율제도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정환율제를 고수하면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고,투기가 더욱 심해질 수 있지요.
중국의 환율문제는 환율제의 변경 여부에 관한 것이지,평가절상과 절하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교적 다원화되고 유연한 관리변동환율제로 이행할 수 있는 데 중요한 정책 결정을 수반해야합니다.
이는 시기문제입니다.
시장투기가 심하면 중국 정부는 환율제를 바꿀 수 없지요.
환율 등락 폭이 너무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제 변경과 관련,중국 지도부 발언이 혼선을 빚는 이유가 뭔가요.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비교적 유연한 환율제로의 이행을 약속했습니다.
미국과도 이같은 약속을 했지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투기요소가 너무 많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혼선으로 비쳐질 수 있겠지요."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그런 지적에 동의합니다.
2002년 이전만 해도 위안화 평가절하론이 논의됐지요.
2002년 하반기부터 위안화 평가절상론이 시작됐습니다.
그 사이 반년간은 환율 논의가 거의 없었는데 그 때가 환율제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지난해에도 7∼8월이 위안화 투기가 적어 좋은 시기였는데 놓쳤습니다."
-올해 경제를 전망해주시죠.
"지난해 중국 경제는 9% 이상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긴축 정책 덕에 기본적으로 안정을 유지했지요.
올해도 8.5∼8.7%의 성장세를 유지해 기본적인 안정을 구현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상승률도 3∼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안정을 실현하면 이후 2∼3년도 안정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올해 긴축을 강화하고 개선하겠다고 했는데요.
"거시조정의 강도가 작년보다 높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작년 10월부터 토지 사용규제가 완화됐지요.
그렇다고 올해 긴축정책이 완전히 풀릴 수는 없을 겁니다.
우선 1분기 경제지표를 관찰해볼 겁니다.
지방정부가 다시 과열투자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중국 경제는 사영경제와 국영경제로 구성된 2중 체제이기 때문에 거시조정을 위해 경제수단과 함께 여전히 행정수단을 병행해야 합니다."
-주변국에서 중국의 긴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데요.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은 한국경제에도 이롭지요.
중국 경제가 계속 과열될 때에도 일부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경제가 둔화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상상해보세요.
중국 경제가 계속 과열돼 지금까지 좋았다고 칩시다.
그러나 올해 그리고 내년은 어떻게 될까요.
중국경제가 과잉공급 위기에 빠지고 경착륙을 하게 되면 한국경제에 오히려 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게 뻔합니다.
하지만 중국경제는 거시조정 덕에 연착륙을 하고 있고,한국경제에 약간의 영향만 줬을 뿐입니다."
-지난해 9년만에 금리인상이 단행됐습니다.
새해에도 금리인상이 계속 될까요.
"금리인상은 금리변화가 일단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금리시스템의 변화에 특히 주목해야 하지요.
은행의 대출금리 상한선을 없앤 것은 금리변동을 사실상 자율화한 것으로 경제체제의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금리인상에는 3가지 요인을 감안해야 합니다.
우선 물가상승률이 4∼5%에 달해 마이너스금리를 계속 유지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지요.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3∼4%에 그치면 금리인상 압력이 줄어들 겁니다.
둘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금리를 올리면 중국도 금리인상 여지가 커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투자가 다시 급증하면 금리인상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금리변화가 있을 뿐 금리인상 시간표는 없습니다.
어떤 국가도,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금리 시간표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중국이 올해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4년 째를 맞이하면서 시장 개방폭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외자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텐데요.
"외자기업은 중국에서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업을 통해서도 갈수록 사업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11일부로 소매 유통시장이 전면개방되는 등 다양한 서비스업이 개방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인프라시설 투자에 대한 외자 개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력 자원 환경보호 부문 등에서의 사업기회도 더욱 커질 겁니다."
-지난해 중국의 롄샹이 IBM의 PC사업을 인수했습니다.
중국 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하는걸 두고 중국 위협론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중국에서 해외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중국 기업의 발전단계는 여전히 초급 수준이지요.
중국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할 때는 브랜드와 기술,그리고 시장을 사는 것입니다.
생산은 여전히 중국에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외국기업은 중국기업과 합치거나 중국기업에 팔리는 식으로 비교적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일부 대기업 경쟁력은 중국 기업보다 훨씬 높지요.
중국 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식으로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지만 최소한 현재는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기업 인수는 자본과 산업의 융합을 통해 양국간 자유무역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한.중 간의 경협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중국과 아세안,한국과 아세안은 자유무역지대(FTA)를 논의하고 있지만 중국과 한국은 FTA에 대한 깊은 논의가 없습니다.
양국간 기술 자본 산업 등 경제구조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은 첨단산업에서 많은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첨단산업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쉽게 개방을 하지 못하고 있지요.
한국 역시 중국의 많은 저급 산업이 한국경제에 큰 손실을 끼칠 것으로 우려합니다.
중국이 더욱 발전해서 양국간 경제구조 차이가 줄어들면 양국간 자유무역공동체가 쉽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양국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지요."
kjoh@hankyung.com